"옷처럼 입는 컴퓨터" 꿈에서 현실로 '성큼'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주름진 산화막을 이용한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소자를 개발했다. 투명하고 휘어지며, 늘어나기까지해 미래 소자로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옷처럼 입는 컴퓨터" 꿈에서 현실로 '성큼'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이영희 단장(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주름진 산화막이 깨지지 않고 최대 20%까지 늘려도 작동할 수 있는 전자소자를 완성했다고 4일 밝혔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는 우수한 전자 이동 특성과 변형에 견디는 특성이 있지만, 절연막으로 사용되는 산화물이 쉽게 깨져 늘어나는 소자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팀은 전사 과정을 통해 만든 주름진 산화막을 늘어나는 절연막 층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투명하고 늘어나는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는 이영희 단장 연구팀의 채상훈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수행했으며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 교수팀은 구리기판 위에 고 유전율 산화막 물질인 알루미나(Al2O3)를 증착시키고 메타크릴 수지(PMMA) 고분자를 코팅한 후 구리를 녹이는 용액을 이용해 구리기판을 제거했다. 이 과정 중에 알루미나층은 변형력 이완으로 주름진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주름진 산화막을 그래핀으로 이뤄진 전극 위에 전사해 트랜지스터 절연막으로 사용했다. 그 후 반도체 탄소나노튜브를 전사해 산화막이 깨지지 않고 주름진 형상 때문에 주름이 펴지면서 최대 20%까지 늘릴 수 있는 전자소자를 완성시켰다. 산화물의 주름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늘렸을 때에도 잘 견딘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본 전자소자의 단위인 트랜지스터의 모든 부분(전극, 전자 통로, 절연막)이 변형에 견디는 재료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늘어나는 소자가 개발된 것이라는 평가다.

이영희 교수는 “이 연구는 그래핀 및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신소재의 전자소자로 응용 폭이 대폭 확대됐다”며 “휘어지는 것을 넘어 늘일 수 있는 투명한 소자 및 디스플레이, 접이형 컴퓨터, 의복형 컴퓨터, 피부에 붙이는 센서 등 미래 소자로서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즈 3월호에 게재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