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특허 제도의 골자인 `개정특허법(AIA)`이 발효된다. 선 발명주의에서 선 출원주의로 변화를 포함해 주요 시스템이 전환된다. 특허전쟁 격전지인 미국 특허제도 변화에 따라 특허 분쟁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 기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2011년 9월 1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 특허법(AIA)에 서명해 60년 만에 특허법 개정이 이뤄졌다. 미국 특허 제도 선진화를 위한 AIA는 대다수 조항이 지난해 9월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 특허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선 출원주의로 전환(First to file)`은 오는 16일 전면 시행된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개인 권리를 중요시하는 미국이 선 발명주의에서 선 출원주의로 바꿨다는 것은 산업을 우선시하기 위해 국가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미국과 필리핀만 `선 발명주의`를 적용했다. A라는 기업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해 등록했는데 경쟁사 B가 먼저 발명한 기술이라고 침해 소송을 내면 선 발명주의에 따라 B사에 특허권을 인정해주는 구조다. 선우찬호 미국 법무법인 피니간 특허변호사는 “지금까지 발명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가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있는 경우 법원에서 잘 인정해 주지 않았다”며 “이제 해외 어디서 선행조사 자료가 공개나 발표 되도 미국에서 공개되는 것과 동일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선 출원주의로 전환하면서 국제적 특허시스템 안에 들어와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전문가는 평가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아닌 나라 기업이 겪었던 불편이 해소된다. 무엇보다 미국에 특허를 내려는 발명자·기업은 신속한 출원에 신경써야 한다. 함윤석 미국 로하트만햄앤버너(LHHB) 대표 변호사는 “회사의 경우 내부 발명 제출 프로세스를 간략화해 신규 발명을 최단 시간에 한국 특허청에 출원시켜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출원한 날짜도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IA 개정으로 특허 분쟁에 미 특허청이 깊이 관여하게 됐다. 지금까지 특허 무효화 등 사법부에서 담당하던 많은 부분이 특허청에 이관됐다. 우리나라 특허심판원 역할을 미국 특허청에서도 담당하는 것이다. 선우 변호사는 “AIA는 미 특허청이 특허 유효성을 따져 권리를 확인하는 법원 권한을 부여했다”며 “변리사·특허 변호사에겐 큰 도전”이라고 밝혔다.
심사관을 대폭 증원하는 것도 큰 변화다. AIA는 미 특허청장에게 재정 자율성을 보장했다. 미 특허청 특허심사관은 1만여명 이상이다. 지난해 1000여명 충원, 올해도 심사관을 대폭 확충할 것이란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전 부회장은 “심사관이 많다는 것은 심사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심사 기간이 단축돼 우리 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등록된 특허 품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앞으로 분쟁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 부회장은 “특허가 무효가 될 확률이 높으면 위험 부담 때문에 특허 소송을 잘 하려하지 않는다”면서도 “특허 품질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무효화율이 낮다는 것이고 특허권자는 그만큼 자신 있게 침해 소송을 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AIA 시행은 미국이 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데 지식재산(IP)을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부회장은 “미국 의회는 미 특허청에 AIA 시행 후 자국 내 산업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대한 효과를 연구 분석해 2015년 9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며 “의회는 미국이 AIA를 통해 좀 더 혁신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법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이면을 보고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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