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핵심 키워드로 `지식재산(IP)`이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 성장과 함께 대규모 특허 소송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국제 특허분쟁 가운데 우리 기업 피소율이 77.5%에 이른다. 지식기반 경제를 외치지만 만성적 기술 무역 적자도 문제다.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가 `IP 전문가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외치는 배경이다.
특허출원과 분쟁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세계 각국 IP 동향과 제도 정보는 특허 전쟁 승패를 좌우한다. IP 전략이 기업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지만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세계 각국 IP 정보를 얻기에는 언어적·지리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WIPA 한국준비위원장)은 “WIPA는 `한국어`를 매개로 세계 IP 정보를 보유한 전문가를 하나로 묶어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창립 배경을 밝혔다. 각 나라에 흩어진 1000여명의 한인 IP 전문가를 연결하는 셈이다.
세계 IP 전문가네트워크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방적 네트워크(선)로 상호 교류만 명맥을 이어갔다. WIPA는 한·미·중 삼각 네트워크를 넘어 일본·유럽 등 IP 주요국과 다양한 협력 채널(면)을 구축하는 형태다. 함윤석 전 재미특허변호사협회장(WIPA 미국 준비위원장)은 “일대일 네트워크를 확장해 `면` 개념으로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한민족끼리 가진 정보를 교류하는 등 많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중국조선족 지식재산전문가협회`를 발족해 WIPA의 중국 협력 체계를 담당할 IP 전문가 연합체를 구성했다. 한명성 중국조선족 지식재산전문가협회장(WIPA 중국 준비위원장)은 “창립 총회를 계기로 IP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학술대회 등 긴밀한 정보 교류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IPA는 우선 국내외 한인 IP 전문가 풀(pool)을 구축해 기업·발명가·연구소 등 국내 IP권자를 이어준다. 최신 국제 동향과 정보를 공유해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다는 계획이다. 함윤석 회장은 “특허 분쟁은 정보가 쉽게 공유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정보도 서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WIPA가 플랫폼이 돼 특허 전쟁 전후로 생성되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준 중국 그랜더 IP 로펌 대표변리사도 “중국에서 출원하는 특허·상표에 대해 기업과 발명가가 정보와 제도 이해 부족으로 실무적이 어려움이 많다”며 “WIPA를 통해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함께 논의 하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IP 관련 기관과 단체의 기능별 역량을 융합하는 구심점 역할도 WIPA가 담당할 영역이다. 창조경제시대에 맞춰 글로벌 IP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특허청·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과 IP 유관단체, 산업계, 무역협회·KOTRA, 재외동포재단 등과 함께 IP 기반 창조경제를 주도하기로 했다.
전종학 부회장은 “국내외 기업·공공기관·학계 등 다양한 분야 인적 교류로 국내 IP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 경제 정책에 IP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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