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허물려는 구글의 도전, 언어학 대신 통계로

언어장벽 허물려는 구글의 도전, 언어학 대신 통계로

구글이 음성 번역 서비스를 통해 세계의 언어 장벽을 허물려 하고 있다. 언어학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서다.

슈피겔, BGR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각) 구글 번역 서비스 사업을 이끌고 있는 프란츠 조지프 오크(Franz Josef Och)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음성 번역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어체에서의 애매모호한 뉘앙스를 잡아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지만, 문자 번역 서비스가 그러했듯 몇 년 안에 다양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이한 것은 번역 서비스 팀에 언어학자나 언어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검색 서비스로 출발한 구글의 특기는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구글의 번역 서비스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번역보다는 말이 통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텍스트 번역 시스템에서도 뜻은 전달되지만 제대로 된 말을 만들려면 한 번 더 다듬어야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다.

프란츠 역시 언어학자가 아니라 컴퓨터 전문가다.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통계를 기반으로 한 번역을 연구했다. 2004년 구글의 설립자 래리 페이지에게 스카우트 되면서 번역 부서를 따로 차렸다. 통계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려는 컴퓨터 공학자와 세계 최대 검색 데이터를 보유한 IT 공룡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프란츠의 자신감은 그간의 성취에서 비롯됐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스마트폰 앱에서 이미 24개 언어로 대략적인 번역이 구현되고 있다. 문자 번역 서비스는 70개가 넘는 언어를 지원한다. 이 서비스는 작년 한 해에만 2억 번 넘게 이용됐다.

구글의 경쟁사들도 앞다퉈 번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2일 음성 번역 앱 ‘지비고’를 개발한 `모바일 테크놀러지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200여개국에 진출한 SNS인 만큼, 검색 기능과 글로벌 뉴스 피드 이용에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원 릭 라쉬드(Rick Rashid)는 지난 5월 중국에서 자신이 영어로 하는 말을 중국어로 통역하는 기술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번역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인턴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