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난달 중순 열린 내한 기념행사에서 태블릿PC를 번쩍 들어올렸다. 화면에는 베르베르 이름으로 나온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이 띄워져 있었다. 그는 `내 이름으로 된 앱이 나왔다`며 반색했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출세작 `개미`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 앱을 출시한 것이다. 앱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존 e북과는 조금 다르다. 작품 중간에 양방향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다 종이책처럼 디자인이 예쁘다.

앱을 만든 업체가 북잼이다. 앱스토어 추천 도서 15종 중 13종이 모두 북잼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위즈덤하우스, 문학동네, 민음사, 대원, 학산 등 유수의 출판사가 북잼과 계약을 맺고 전자책을 출판한다. 조한열 대표는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1년 전자책 포맷 `북잼 익스텐서블 퍼블리케이션(BXP)`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듬해 BXP 포맷으로 만들어진 전자책을 출간했지요. 내년에는 이용자가 구매한 북잼 전자책을 한 곳에 보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전자책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전자책뿐 아니라 메모나 독서노트, 책갈피 등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에버노트와 제휴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 기록을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1인 출판이 가능토록 지원하겠습니다.”
북잼으로 출판된 전자책 앱은 200여종가량. 교보문고처럼 단순 종합몰을 지향할 만도 하지만 아예 방향을 `클라우드`로 틀었다. 개발자 출신의 조 대표가 만들어놓은 자체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물량 공세가 가능한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북잼의 발전을 위해 조 대표가 띄운 승부수인 셈. 북잼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본엔젤스에 이어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40만달러를 유치한 저력을 보였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합니다. 최근 BXP포맷에 포토롤, 포토줌, 녹음, 인터랙티브 등의 기능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유튜브 공유 기능도 넣었습니다. HTML5 기능까지 추가했지요. 종이책이 구현할 수 없는 편의성과 재미를 주고 출판사에는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늘려주고 싶었습니다.”
연말이지만 조 대표는 한가할 틈이 없다. 나루토, 진격의 거인 등이 전자책으로 출판될 예정인데다 이 달 일본에서 44권짜리 만화책 `풍운아들`도 나온다. 일본 전자책 시장은 국내보다 6배가량 커 거는 기대도 크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갤럭시4 매뉴얼을 만든 노하우를 기반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세리북스 앱도 선보인다. 디지털교과서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북잼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참고서 등 사교육 시장부터 파고들 계획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