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포털 계정이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계정, 국내외 대량으로 불법 거래

당신의 포털 계정이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계정이 국내외에서 대량으로 불법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 성황을 이루면서 남의 개인정보까지 몰래 훔치는 일들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포털이 불법 개인정보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8일 본지가 최근 입수한 국내 포털 계정의 거래실태가 담긴 문건에 따르면 지난 9월 판매자가 구매자 쪽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는 문건에는 구입 가능한 수량과 단가 등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계정은 50개에 10만원으로 계정 한 개당 2000원가량이다. 일정 수량 이상 구입이 가능하며 100개 19만원, 300개 50만원 식으로 수량에 따라 할인도 적용된다. 판매 계정도 해외 생성 계정·실명 인증 계정 등으로 다양했고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용도`다. 판매자는 해외 생성 계정의 경우 `지식인`과 `블로그`에, 실명 인증 계정은 `카페사용`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유명 인터넷 서비스에서 해당 계정을 활용하라는 것으로, 취재 결과 이는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안내였다.

어렵게 만난 한 마케팅 업체 대표는 “온라인 작업이 필요할 때 계정을 구입해 쓴다”고 털어놨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인터넷상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뜻한다. 인터넷 확산과 온라인 커뮤니티 발달로 네티즌들의 글이 기업 평가나 제품 구매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떠오른 마케팅 방식이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이 `허위` 입소문을 낸다는 것이다. 네티즌의 자발적인 글이 아니라 업체가 직접 광고나 홍보성 글을 게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작업에 필요한 계정들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성이다.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계정 확보가 필수인데 이 때 개인정보 도용과 해킹이 이뤄진다.

실제로 브로커들이 판매한 계정을 확인한 결과, 타인의 개인정보로 만들어진 계정이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수집된 해킹 계정 역시 버젓이 거래됐다. 또 다른 파일에는 해킹된 아이디와 패스워드 수십 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심지어 이름·생년월일·주민번호 등도 함께 제공했다. 계정이 차단되거나 본인 인증 등 필요할 때 활용하는 용도다. 모두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내용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마케팅 업체 대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계정 판매자만 5곳인데, 금방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계정)이 유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