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vs애플 특허 소송 최후의 승자는 `변호사`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인 세기의 특허 소송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삼성전자도 애플도 아니다. 소송의 금전적 이익은 로펌, 소송을 맡은 법률 회사가 얻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3년 넘는 지루한 소송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사건을 맡은 법률회사와 변호사만 웃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은 각국 최고 법률회사가 맡았다. 9개국에서 30여개 특허를 놓고 재판을 벌인 두 회사 소송 비용은 1억달러(약 1052억원)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최근 삼성에 소송비용으로 2200만달러(약 232억원)를 청구했다. 변호사 수임료 1570만달러(약 165억원)에 각종 잡비 600만달러(약 63억원)를 더했다. 애플이 삼성에 요구한 금액은 전체 소송비용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애플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법률회사에 6000만달러(약 631억원)를 썼다. 애플은 `윌머 커틀러 피커링 헤일&도어`와 `모리슨&포레스터`를 법률 대리인으로 고용했다. 모리슨&포레스터는 공격을, 윌머 커틀러 피커링 헤일&도어는 방어를 담당했다. 애플은 특허 소송의 대가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윌리엄 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삼성을 집중 공격한 모리슨&포레스터에서만 20여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여했다. 방대한 증거자료를 모으는 e디스커버리에 30명의 계약직 변호사와 25명의 임시직원을 고용하며 비용이 더욱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소송비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애플과 대등한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대리인 퀸 이매뉴엘 어쿼트&설리번은 미국 최고 법률 회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애플이 쓴 6000만달러보다 적은 4000만달러(약 421억원)를 썼다고 가정해도 미국 재판에 들어간 두 회사 법률 비용만 1억달러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양헌 미국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미국 재판에서만 최소 2000만달러 이상을 썼을 것”이라며 “9개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하면 4000만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크 렘레이 스탠퍼드대학 법대 교수는 “삼성전자 애플은 물론이고 최근 세계에서 벌어진 스마트폰 특허 소송에 들어간 비용만 10억달러(약 1조526억원) 이상”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번 소송이 대형 법률 회사가 특허에 눈 뜨게 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대형 법률 회사는 최근 특허 소송 전문성을 강화했다. 렉스마차이나에 따르면 특허 소송은 3년 전보다 2배나 증가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