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만을 표준시스템으로 사용해 왔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가 국산 DB를 도입해 `멀티벤더` 정책으로 전환한다. 늘어나는 비용과 외국계 기업에 의한 기술 종속 문제 등이 이유다. 향후 현대·기아차에 이어 현대차그룹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기업의 `탈오라클` 바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현대·기아차 정보기획실 측은 최근 국산 DB `티베로`와 ULA(Unlimited Licensing Agreemen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ULA는 3년 정도의 계약 기간 동안 관련 제품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일명 `사이트 라이선스`의 한 종류다. 이번 계약이 일부 정보화 사업에 단품으로 공급되는 계약이 아닌 기업 간 사이트 계약으로 현대·기아차의 표준 DB시스템으로 적용된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오라클과 ULA를 맺고 있어 사실상 국산 DB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올해 말 오라클과의 3년 재계약 시점이었던 현대·기아차는 국산 DB도 처음으로 함께 고려했다. 한국오라클 측에서 3년 전 계약 금액에 비해 세 배 이상의 높은 비용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정보기획실 관계자는 “전체적인 비용문제와 향후 운영상의 대안 부재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원벤더 정책에서 멀티벤더 정책으로 전략을 수정 중”이라며 “특히 티베로 제품이 장기간 성능검증(PoC)를 거쳐 95% 이상 기대치를 만족시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해놓은 목표는 없지만 국산 DB의 계속 사용률을 계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이며 현대차그룹으로도 확대 적용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단위 업무에 티베로를 적용했다. 또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운영 역량을 확보한 뒤 전 분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김동균 티베로 전략통신사업본부 전무는 “오라클에 버금가는 기능과 성능을 제공하는 국산 제품으론 티베로밖에 없다”며 “현대·기아차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고객들이 오라클 대안 DB로 티베로와 ULA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오라클 대안 DB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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