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못지않은 무역협회의 문어발식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임대업 등 이권과 수익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무역 진흥이라는 본연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회장 한덕수)는 13일 2014년 이사회를 열고 `코엑스몰 운영회사 설립(안)`을 의결했다.
재단장한 코엑스 몰을 관리하게 될 `코엑스몰 주식회사`는 무역협회와 코엑스가 각각 70%, 30% 지분을 갖는다. 자본금은 3억원으로 이달 말 설립해 매출 관리, 마케팅, 매장 관리, 고객 서비스 지원과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회사가 설립되면 무역협회 자회사는 코엑스·KTNET·도심공항 등 3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 협회는 몰 운영 전문 조직으로 리모델링한 코엑스 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협회 자회사 설립을 통한 사업 확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기존 자회사의 운영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또 다른 자회사 설립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나아가 코엑스몰 관리회사에 이어 무역센터, 아셈타워의 임대 사업을 관리할 별도 회사 설립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자회사인 코엑스에서 진행하던 업무를 별도 회사까지 만들어 진행할 필요가 있는 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엑스 몰 관리회사 설립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크다. 관련 업계는 기존 몰을 운영하던 코엑스 경영난과 이를 빌미로 한 전시장 임대료 상승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몰 위탁 운영 수익이 줄어드는 코엑스에 전시장 임대료 인상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각종 전시에 참가하는 중소·벤처기업은 물론이고 전시·컨벤션 전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전시 공간인 상징성을 감안할 때 자칫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 위기론까지 나올 수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회원사 편의와 무역 진흥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자체 수익 사업에만 너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코엑스 몰 리모델링으로 협회 수익은 몇 배로 늘어났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약 40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투자액(공사비용, 임대보증금 반환, 공사기간 중 손실 수익 등)은 늘어나는 연면적(약 8000평)과 임대수익 등으로 2년 내 회수가 가능하다”며 “이런 수익을 결국 협회가 사기업처럼 모두 독식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