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what(무엇)에 관한 혁신이 아닙니다. 혁신의 90%는 How(어떻게)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전에 했던 일을 전보다 낫게 하는 사람, 그가 혁신가입니다. 인터넷의 앞선 트렌드를 아는 것, 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맡고 있는 일에서 소비자의 needs(요구)를 확실히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에 부합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해 실행하는 것, 거기서 회사의 승부가 결정됩니다.”
2010년 초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한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깊이 생각한 흔적과 경영의 내공이 담겨 있다. 네이버가 잘 하는 이유가 보인다.
창의, 혁신하면 뭔가 신기한 것, 새로운 것, 거창한 것을 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과거에 본 적이 없는 뭔가 독특한 것을 사업계획서에 담느라 집중한 노력이 역력하다. 누가 창의를 그렇게 가르치는가. 창의는 온갖 잡음 속에서 원리를 이해하고 기본 위에 서는 것에서 시작한다. 혁신은 그 기본을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이다. 이미 형성된 시장 즉, 흘러가고 있는 물줄기를 조금 바꾸는 것이다.
운하를 파서 없는 물줄기를 새로 만들려 하지 말자. What에 대한 혁신, 즉 지금 있는 것을 부정하고 뒤집어엎은 후에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How에 대한 혁신 즉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더 잘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혁신이다. 비즈니스모델 역시 기존에 있는 사업과 고객, 제품과 서비스에서 고객의 필요에 따라 조금 좋게 만드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이해진 의장의 얘기다.
“사람들은 ‘왜 일을 똑바로 못 하느냐, 혁신이 없느냐’고 지적하면 ‘나에게 맞지 않는 또는 하찮은 일을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이 업무를 해 온 나의 기준에서 보면 이런 뻔한 일에서 혁신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혁신갑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쉽다. 내 마음대로 만들면 된다. 기존의 것을 고객의 필요를 따라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다. 혁신은 지금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점프가 아닌 현재와 연결된 변곡점을 만드는 활동이다.
창의와 혁신을 원하는가? 그러면 지금 하던 일을 더 열심히, 더 깊이 들여다보라.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