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계 `지방 파워` 거세다

애니메이션업계에 ‘지방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수도권에 편중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기획력과 지역 고유색깔을 살린 중소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중요 방송사 전파를 탄다.

제주 흑돼지가 주인공인 `응까 소나타`
제주 흑돼지가 주인공인 `응까 소나타`

23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소재 아이스크림스튜디오가 제작한 ‘두다다쿵’이 작년 12월부터 EBS를 통해, 경기도 화성시가 제작한 ‘코리요’가 이달 중순 KBS에서 각각 방영됐다. 또 강원도 태백에 기반을 둔 하이원 계열의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잭과 팡’이 이달 말 EBS로, 제주도 소재 그리메가 제작한 ‘응까 소나타’가 4월 MBC를 통해 시청자를 찾는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만들어진 ‘응까 소나타’는 제주도의 정취가 듬뿍 녹아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제주 명물 흑돼지가 감귤 1만개를 먹으면 황금 똥을 싸게 된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신주영 그리메 대표는 “응까 소나타에는 제주도 돌담, 감귤, 오름 등이 많이 나온다”며 “서울에서 느끼기 힘든 자연 경치를 많이 볼 수 있는 장점을 애니메이션에 많이 녹였다”고 설명했다.

화성시가 제작 지원한 공룡 애니메이션 ‘코리요’에도 지역 자연풍경이 자연스레 나온다. 코리요는 화성시에서 발견된 뿔공룡을 주인공으로 제작된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이다. 제작을 맡은 이정호 PD는 “화성 갯벌, 요트대회, 송산 포도 등 화성시의 풍광과 특산품을 자연스레 녹이려고 노력했다”며 “코리요로 화성시가 문화·교육 도시로 이미지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성시는 지난 17일 첫 방송 당일 서울 지역 코리요 시청률이 2.3%대로 서울 지역내 2주동안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청률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기획력만으로 글로벌 기업이나 방송사의 제안을 받은 지역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많다. 하이원엔터는 제작 능력으로 만으로 글로벌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백시에 위치한 하이원엔터는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인 영국 조디악미디어그룹, 이스라엘의 QQD와 함께 잭과 팡을 제작했다. 하이원엔터 관계자는 “조디악 그룹이 하이원엔터의 제작능력을 높이 평가해 공동 제작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잭과 팡은 이미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 12개국에 325만달러(약 35억원)에 선판매 됐다.

광주에 위치한 아이스크림스튜디오는 EBS의 러브콜을 받았다. 최병선 아이스크림 스튜디오 대표는 “처음에는 EBS와 파일럿 프로그램만 같이 했으나 우리 작품을 눈여겨 본 EBS가 함께 두다다쿵 본편을 같이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서울과 떨어진 광주에서 작업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로 EBS와 제작과정을 주고받아서 큰 불편함이 없었고, 상대의 전문성을 인정해 확실하게 분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다다쿵은 EBS 유아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2012년 시카고 어린이필름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두다다쿵은 작년 하반기 EBS 애니메이션 부문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혜경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국장은 “물론 서울권에서 좋은 인력을 구하기 쉽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기 때문에 소재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서울보다 지방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훨씬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