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연구진 `스필오버` 현상 50여년 만에 첫 규명

국내 연구진이 1960년대 초 발견된 이래 50여년간 학계에서 논란이 돼온 ‘스필오버 현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은 비결정질 알루미노실리케이트 내부에 백금이 선택적으로 위치한 모델 촉매 시스템을 개발, 활용해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금속 촉매(위)와 스필오버에 기반한 촉매(아래)의 프로판 탈수소화 반응 모식도.
기존 금속 촉매(위)와 스필오버에 기반한 촉매(아래)의 프로판 탈수소화 반응 모식도.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스필오버 현상은 백금과 같은 금속 표면에서 활성화된 수소원자가 촉매 표면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높은 활성과 안정성을 갖는 촉매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져 과학기술계가 활발히 연구해 왔다. 그러나 촉매와 금속표면 간에 다양한 경로로 ‘경쟁반응’이 일어나 스필오버의 존재 및 메커니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백금 나노입자가 수소분자만을 통과시키도록 하기 위해 알루미노실리케이트 물질로 촉매 표면을 덮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촉매 반응을 원천 차단했다.

연구진은 또 스필오버 현상에 기반한 수소화 촉매가 높은 수소화·탈수소화 활성을 나타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석유화학공정에서 일반적으로 원치 않는 부반응인 수소화 분해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민기 교수는 “촉매구조를 적절하게 설계하면 기존 금속촉매를 훨씬 능가하는 촉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높은 활성 및 선택성을 가지는 꿈의 촉매를 만드는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승훈 SK이노베이션 수석연구위원은 “촉매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스필오버 현상을 이론과 실험을 통해 밝히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며 “새로운 상업촉매 개발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