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주문을 도와주는 모바일 서비스들이 앱을 통한 직접 결제를 속속 도입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로 인해 가맹업소 반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배달의민족이나 배달통 등 배달 앱들은 최근 앱에서 주문하고 결제까지 바로 가능한 결제 기능을 강화하고 나섰다. 사용자가 앱에서 업소를 찾을 때 검색 결과를 상위에 노출해 주는 광고 방식에서 결제 수수료로 주력 수익 모델이 옮겨가는 추세다. 배달 시장 전체를 키우기 위한 혁신 과정에서 나오는 진통이란 논리와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자영업자에 가해지는 또 다른 횡포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남는 것도 없는데” 자영업자 수수료 불만
문제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과하다는 불만이 음식점주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1만5000원짜리를 팔아 4000원가량을 남기는 치킨 한 마리에 12.5%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와 광고 상품 사용료 등을 추가로 떼면 마리당 1000원도 채 안 떨어진다는 불만이다.
기존 배달 앱 광고 상품은 월 5만원 안팎의 일정액만 내면 되는데 비해 결제 방식은 매번 별도 수수료를 내야 해 업소로서는 저항감이 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서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배달의민족은 검색 결과에 업소를 우선 노출하는 ‘울트라콜’ 상품에 바로결제가 아예 포함돼 있는데다, 경쟁 업소가 쓰니 안 쓸 수 없다는 불만도 크다.
◇“배달 시장 파이 키워 모두 윈윈”
배달 앱 업계는 간편한 결제 방식을 도입, 배달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어 자영업자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개발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배달 때 통합 포인트를 적립해 다른 주문에 쓰게 하는 등 배달 주문 자체를 늘이려는 시도”라며 “시간이 지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즉석 결제의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앱에서 떼는 결제 수수료에는 신용카드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어 개발사가 얻는 수익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홍보 효과 측정이 어려운 전단지나 비용 부담이 큰 포털 검색 광고에 비하면 배달 앱은 여전히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앱을 통한 결제는 매출과 직결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 시장 합리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배달의민족을 통한 결제는 전체 시장의 5% 정도라 ‘우월적 지위’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혁신, 언제 자리 잡을까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앱을 통한 간편 결제가 배달 주문 소비를 키우고 마케팅 합리화와 고객 관리 강화에 기여하리란 배달 서비스 업계 입장과, 열악한 시장 환경에서 추가 수수료 자체가 부담스러운 업소의 입장이 충돌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컬 시장에서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혁신 실험이 주목받지만 아직 최적의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며 “내수 시장 침체로 체력이 약해진 자영업자로선 이런 시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