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27> 전자책 업계 스포티파이 `오이스터북스`

‘오이스터북스(Oysterbooks)’는 월 회비를 내고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즐기는 전자책업계의 ‘스포티파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유행한 정액제 모델을 전자책에 도입해 주목받는다. 사용자는 한 달 9.95달러를 내고 10만개 콘텐츠를 자유롭게 감상한다. 우수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전자책을 읽는 사람에게 뛰어난 경험을 선사한다. 미국 500개 출판사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통 플랫폼으로 iOS버전만 서비스 중이다. 2012년 창업해 두 번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오이스터북스 서비스 화면.<홈페이지 자료>
오이스터북스 서비스 화면.<홈페이지 자료>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오이스터북스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최환진(이그나잇스파크 대표)=월 이용료를 내면 제한 없이 책을 볼 수 있는 정액형 모델이다. 한 달 9.95달러(약 1만600원)라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전자책 1~2권 살 가격에 매주 업데이트 되는 신간을 포함해 10만여 권의 책을 볼 수 있다. 서비스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건 뛰어난 디자인과 UI다. 책 내용과 읽는 장소, 시간에 따라 배경과 폰트를 바꿀 수 있다. 하얀색 바탕에 검은 글씨만 가득한 다른 전자책과는 다르다. 책 읽는 중간 느낌이 다른 배경과 폰트 적용으로 다른 감성을 더할 수 있다. 소셜 기능도 핵심이다. 서비스 내 친구 도서목록을 공유하며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는다. 오이스터북스는 서비스 시작부터 초대제로 회원을 모았다. 책에 관심 있는 진성 회원이 활동하며 서로의 정보를 나눈다. 광고를 배제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정진욱=오이스터북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최환진=지난 1월 시리즈A로 1400만달러(약 150억원)를 투자받았다. 시리즈A로는 엄청나게 큰 규모로 그만큼 시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가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공했듯이 전자책 시장도 월정액 무제한 구독 모델로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회사는 물론 출판업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모델을 제시한 오이스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진욱=월 이용료 9.95달러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별 출판사에 줄 돈이 많지 않을 거 같다. 500개 출판사를 끌어 모을 수 있었던 힘은.

▲최환진=처음 출판사를 설득할 때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월정액 무제한이 새로운 고객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보이는 증거가 힘이 됐다. 출판사 입장에선 제 값을 받고 책을 파는 게 이익이지만 이는 단기적 안목이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새로운 사용자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오이스터북스가 출판사에게 콘텐츠 제휴를 설득한 논리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 모른다. 어떤 책인지 몰라 구입을 망설이던 이들에게 무제한으로 책을 펼쳐 놓고 마음껏 읽어보라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종이책 한권 사는 돈으로 무제한으로 책을 보며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이것저것 자유롭게 보다보면 재미를 느끼는 책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책 재미에 빠진다. 소셜 기능으로 친구가 읽는 책에도 관심을 갖고 부담 없이 접근한다. 가격을 낮추고 선택지를 넓혀 책 접근 진입 장벽을 낮췄다. 출판사 입장에선 기존에 없던 독자를 만들어내는 투자다.

-정진욱=미래 독자 발굴도 중요하지만 당장 매출도 중요하다. 월정액 무제한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최환진=전자책이 싸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무 책이나 덥석 사면 후회한다. 일단 사도 끝까지 읽는 책은 많지 않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로 들자. 벅스나 멜론을 이용하려면 월회비를 내지만 한 달 내내 듣는 건 아니다. 틈틈이 시간날 때 들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크지 않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다는 건 실제 구입을 꺼리는 독자를 끌어올 수 있는 당근이다. 책을 사지 않는 고객에게 싸게 무제한으로 빌려보라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구매 역시 마찬가지다. 책은 한번 보고 마는 것과 소장용이 있다. 오이스터는 책을 빌려보는 서비스지, 구매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먼저 내용을 확인한 독자가 소장을 위해 구매에 나설 수 있다.

-정진욱=월정액 무제한이 독특한 모델이지만 이미 아마존이 ‘아마존프라임’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마존과 서비스가 겹치는 것 아닌가.

▲최환진=아마존프라임은 연회비를 낸 회원에게 한정된 책을 무제한 제공할 뿐 신간은 별도 비용을 내고 사거나 빌려보는 형태다. 정해진 가격 안에서 신간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오이스터북스 강점이다. 물론 아마존이란 존재는 큰 위협이지만 소셜이란 오이스터북스의 강점이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교류하며 좋아하는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광고가 줄 수 없는 장점이다. 아마존은 검색엔진은 뛰어날지 몰라도 소셜 기반 추천이란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책을 매개로 인맥을 쌓으며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주지 못하는 만큼 오이스터북스 나름의 강점이 있다.

-정진욱=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자책 시장이 좀처럼 크지 못한다. 이유는 뭔가.

▲최환진=종이책, 전자책을 떠나 일단 책 읽는 인구가 많지 않다. 전자책에 한정해 본다면 독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서비스가 없다. 단순히 종이책을 디지털로 옮긴 수준으로 디자인이나 UI가 별로다. 출판사가 기존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데도 적극적이지 않다.

-정진욱=대표님 개인적으로 여러 전자책 업체에 투자한 걸로 안다. 국내에서도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최환진=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성 있다. 문학동네가 독자 앱스토어를 내는 등 출판업계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월정액 무제한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미 교보문고가 ‘샘’이란 브랜드로 시도하고 있다. 샘은 월정액 9900원에 한 달 3권의 책을 빌릴 수 있다. 한번 빌린 책은 6개월 안에 언제든 볼 수 있다. 아직은 큰 반응을 얻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태블릿PC가 향후 시장 성장을 이끈다. 교육 콘텐츠로 전자책 경험을 쌓은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다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인프라는 5년 안에 갖춰진다. 전자책 시장 개화는 시간문제다.

-정진욱=국내에서 오이스터 모델로 창업한다면 주의할 점은.

▲최환진=처음부터 모든 책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기는 힘들다. 교보문고 샘처럼 한 달에 3권으로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무제한을 적용할 것을 추천한다. 대중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실용서라면 이 분야 서적만큼은 월정액으로 자유롭게 보게 하는 거다. 이후 차츰 적용 분야를 넓히면 된다.

국내 창업의 최대 난관은 출판사와의 협상이다. 정말 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전자책의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드는 시도가 독서 인구를 늘리고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협상력만큼 기술력도 중요하다. 책 읽는 경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기술력이 필요하다.

-정진욱=오이스터 같은 스타트업이 나온다면 투자할 의향은.

▲최환진=기술과 협상력, 실행의지가 있는 팀이라면 80% 이상이다. 출판업계 출신이라면 더 좋다.

-정진욱=오이스터북스가 시사하는 점은.

▲최환진=오이스터북스는 불확실성을 없애 결정의 시간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저렴함 비용에 선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표]최환진 대표가 평가한 오이스터북스.

[표]오이스터북스 현황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27> 전자책 업계 스포티파이 `오이스터북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27> 전자책 업계 스포티파이 `오이스터북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