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PC·태블릿PC와 스마트폰 운용체계(OS)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 무료 OS로 세력을 넓히는 구글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3일 미국 타임은 더버지 보도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가 PC용 일반 윈도7 사용자를 대상으로 검색엔진 ‘빙(Bing)을 포함한 윈도8.1’ 무료·초저가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저가 PC·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하는 윈도8.1, 윈도폰·윈도RT OS 라이선스 비용을 대폭 깎거나 무료화할 것이란 소식에 뒤이은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저가 PC 제조사에게 판매하는 윈도8.1 라이선스 비용을 70% 낮춘 15달러(약 1만6000원)에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50달러(약 27만원) 이하 저가 PC를 만드는 제조사가 타깃이다. 기존 라이선스 비용은 50달러(약 5만3000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연말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기기용 무료 버전 윈도폰·윈도RT OS 공급을 고려한다는 소식도 나왔었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구글과의 경쟁을 위한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윈도RT 제품을 쓰는 유일한 제조사였다”며 “무료 윈도폰·윈도RT OS는 제조사의 구미를 당기고 개발자 이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꼿꼿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에 이어 소비자 시장에서 PC·모바일 OS의 전면적인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은 저가 시장에서 파죽지세로 세력을 넓히는 공짜 OS 크롬·안드로이드를 견제하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타임은 “구글에 대항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앱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사용자 확대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주요 외신은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결단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IT매체 PC월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저가·무료 전략은 많은 PC 제조사가 구글 무료 크롬 OS로 옮겨가는 가운데 윈도 PC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라며 “예컨대 삼성전자의 ‘크롬북 3’는 230달러(약 24만7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는데 만약 이 제품이 윈도를 쓰면 제조비의 상당 부분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줘야 하는 꼴”이라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윈도8의 초라한 판매 실적 회복이 급선무다. 2012년 10월 공개된 윈도8 판매가 지금까지 2억개에 그쳤다. 윈도7은 발매 1년간 2억4000만개가 팔렸다.
이 기간 구글 크롬의 지배력은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크롬북은 지난해 노트북 시장의 21%를 차지했으며 전체 PC 시장의 9.6%에 달했다. 반면 전체 PC 시장에서 윈도 점유율은 42.9%에서 34.2%로 낮아졌다.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톱10 PC 중 3~4개도 크롬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가격 인하와 업데이트 일정에 대해 아직 본사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없어 지금 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S별 가격 인하 정책 (자료:외신종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