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당신은 ‘품질’과 ‘개발 일정’ 중에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 김강석 대표는 개발자 면접을 할 때 이 질문을 한다. 개발자에게 품질과 개발 일정은 마치 모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같기 때문이다. 품질을 선택하자니 개발이 늦어지고 일정을 맞추자니 품질을 일정 수준 포기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책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The Opposable Mind)’에서 얻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2009년 11월 당시 김 대표는 회사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작 온라인게임 ‘테라’를 개발 중이었는데 목표한 일정이 지연될 조짐이 보였다. 품질과 일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지만 내 선택을 회사 구성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었다”며 “게임업계 친구인 박택곤 스마일게이트인터넷 대표(당시 엔트리브소프트 그룹장)가 ‘둘 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이 책을 권했다”고 반추했다.

일반적으로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은 적절한 순간에 과감한 선택을 하는지, 선택 기준이 설득력 있고 명확한지에 따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의 의사결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립하는 두 가지 생각이나 사안에서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통합적 사고’를 제시한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가 창의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큰 업적을 이룬 세계적 리더 50인이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 혁신적인 해결방안을 생각했는지 조명한다. 경영인, 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과 인터뷰해 그들이 어떻게 창의적 사고를 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을 찾아냈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포시즌스 호텔 창업주인 이사도어 샤프는 작은 모텔의 안락함과 친밀감, 대형 호텔의 편의성 등 양쪽의 장점을 모두 채택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중간 크기의 호텔을 고안해 내 세계적인 최고급 호텔 체인으로 성장시켰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이 경영의 미덕처럼 이야기되지만 너무 여기에 함몰되면 혁신과 변화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후 회사 구성원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토론을 많이 했고 계속 되돌아보면서 근본적 개선안을 찾기 위한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목을 매지만 창의성은 끄집어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 현실화하는 게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통합적 사고가 큰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성과의 기준을 다르게 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성과의 크기를 논하기 전에 얼마나 창의적 혁신적 성과를 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잘 선택·포기하는 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