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시장 1위인 애플이 최근 디스플레이 공급망 변화를 추진하면서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큰 손인 애플의 구매 정책 변화가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부터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반면에 아이패드 미니에 패널을 공급했던 대만 AUO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인 양사의 변화에 따라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이 큰 폭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우선 AUO는 아이패드 미니를 생산했던 L5C 팹을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돌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더 이상 AUO에 발주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AUO 스스로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AUO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게 되면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도 준비하면서 스마트폰용 AM OLED 시장에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용 AM OLED는 주로 프리미엄급에만 채택됐지만, 보급형까지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AUO 외에도 BOE와 티안마 등이 소형 AM OLED 패널을 준비 중이다.
LG디스플레이와 샤프가 공급하는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재편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부터 가세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이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샤프 물량의 상당 부분을 가져 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용 패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5세대 라인 대부분을 PLS(Plane to Line Switching) 라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 에어에 이어 미니 레티나 물량까지 공급하게 되면 LCD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샤프의 애플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다른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IGZO(인듐갈륨아연산화물, 이그조) 패널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급망이 변화하면서 동시에 중국 패널의 채택 여부도 타진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애플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변수에 따라 다른 시장에서 경쟁 구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결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팹 전체 생산 전략이 변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7.9인치 패널 공급 추이 (단위 : 1000대), NPD디스플레이서치>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