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정유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석유협회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정유사 간판을 달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정부를 등에 업고 ‘삼성주유소’를 등장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12년 석유제품 시장 경쟁을 통한 유가 안정을 목표로 삼성토탈을 제5정유사로 투입했다. 이후 알뜰주유소 확대에 따라 삼성토탈 공급량을 계속 늘리며 정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삼성토탈의 최근 움직임은 공교롭게도 이런 정부 방침과 맥이 닿아 있다. 나아가 정부는 최근 도입된지 3년 된 알뜰주유소의 자립을 목표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임을 밝혔다. 알뜰주유소를 1300개까지 늘려 이를 관리할 법인을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2000~4000개 주유소를 보유한 정유사와 경쟁이 어렵다. 석유제품 생산·유통망을 보유한 정유사 브랜드와 가격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 뻔하다. 정부에서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기존 정유사의 브랜드력에 뒤쳐지지 않고 석유제품 공급능력을 가진 삼성토탈에 알뜰주유소 관리를 맡기면 된다. 삼성토탈은 아직 휘발유·경유 공급능력이 알뜰주유소 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지만, 프랑스 토탈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그만큼 수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관리를 맡아 삼성주유소를 등장시키면 회사는 매출을 8조원에서 두 배 가량 늘려 덩치를 키우고 정부는 민간시장개입 오명을 벗고 제5정유사 투입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경쟁 유도를 통한 가격 안정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수십년간 국내 정유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한 기존 정유사의 공을 정부가 앞장서서 타사에 나눠주는 것이 된다. 이는 정유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며 국가 1~2위 수출 제품으로 키워낸 기존 정유사의 오랜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특정 기업에 설비투자나 산업발전 기여 없이 정유사업 진출 특혜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간과하면 안 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