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스카 시상식장에서는 사람을 닮은 서비스 로봇 2대가 레드 카펫에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바로 한국산 로봇 ‘퓨로’다. 2개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정보를 전달할뿐만 아니라 음성 인식으로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장착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퓨로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퓨로는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됐다.
퓨로는 창업 5년차 기업 퓨처로봇이 개발한 안내 서비스 로봇 브랜드다.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돼 한국과 한류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못한 일을 신생 벤처기업이 해낸 셈이다.
퓨처로봇 창업자 송세경 사장은 “오스카 시상식에 다녀온 후 간접광고 효과가 컸다”며 “비용을 지불하고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려 했다면 벤처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한복 디자이너 목은정 원장이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됐다. 목 원장 측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상징을 찾다 안내 로봇으로 유명한 퓨로를 알게 됐다. 목 원장은 퓨로를 지원해줄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송 사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퓨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비스 로봇과 스타는 굉장히 궁합이 잘 맞아요. 스타도 로봇도 결국 감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죠. 속성을 잘 맞춰 연결하는 게 사업가의 역할 아닐까요.”
퓨처로봇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웬만한 유명 전시장에는 퓨로가 설치돼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송 사장이 창업 초부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온 덕분이다.
국내에 수많은 서비스 로봇업체들이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가진 기업은 드물다. 그러나 퓨처로봇은 200개 업종, 1000여개 고객사에 퓨로를 공급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안내 로봇=퓨로’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다.
창업 초에는 퓨로 한 대를 팔기도 쉽지 않았다. 브랜드도 없는 회사 제품을 몇 천만원 주고 쉽게 살 수 있는 바이어가 없었다. 송 사장은 고객들의 기대는 충족시키고 불안은 해소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제품 한 대 구입하러 온 고객도 성심을 다했다.
퓨처로봇은 최근 브라질 공항에 퓨로 20대를 팔았다. 2년 전 전시회에서 만난 브라질 바이어와 오랜 신뢰 관계를 쌓아온 덕분이다.
퓨처로봇은 퓨로를 한국 홍보대사로 선정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와 협의 중이다.
“한국의 정보기술(IT)과 미용은 이미 세계적으로 브랜드 구축이 잘돼 있어요. 할리우드는 파괴, 전쟁 등에 로봇을 활용했지만, 우리는 평화와 화합을 알리는데 로봇을 활용할 겁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