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내 팹리스 업계의 스타 기업으로 꼽혔던 엠텍비젼이 27일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최근 5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등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탓이다. 회사는 일주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거친 후 이날 지난 10년간의 상장기업 생활을 마감했다.
엠텍비젼은 지난 2004년 국내 팹리스 기업으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벤처 기업의 성공 모델로 꼽혔다. 삼성·LG 등 국내 주요 휴대폰 업체에 칩을 대량 공급하며 성장세를 구가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장이 재편되는 것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파생상품 ‘키코’ 사태로 인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회사는 지난해 1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같은 해 9월 회생계획안이 인가됐다.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134억원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39억원, 40억원에 달했다. 한때 300명을 웃돌았던 직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81명으로 줄었다.
엠텍비젼은 상장 폐지 후에도 회생계획안에 맞춰 정상화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성민 사장은 27일 전자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고유사업에 맞춰 (조직을) 세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추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을 떠나 국내 팹리스 산업 전체가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당분간 업계의 부침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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