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8>생각과 행동 사이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8>생각과 행동 사이

어떤 기업의 회장에게 시간 사용의 우선순위를 물었더니 “고객, 회사 내부, 지역 사회에 각각 30%씩 투입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몇 달간 측정한 결과, 예상외 결과가 나왔다. 회장은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았지만 여러 번에 걸쳐 측정한 뒤 동일한 결과가 나오자 받아들였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한 분야는 회사와 거래하는 친분이 있는 지인들의 부탁과 질의를 처리하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불확실한 감각은 시간 감각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 시간을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각각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쓰라고 했는데 20분에서부터 두 시간까지 크게 차이가 났다. ‘짬이 날 때 잠깐 처리한다’는 말은 대부분 착각이다. 시간 관리가 필요하기보다 인지력 개발과 측정이 더 큰 도움이 된다.

시간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 사이에도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 역시 우리는 그 차이가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지 잘 모른다. 우리는 행동의 동기가 되는 속마음을 감추는데 선수다. 예외적인 스토리나 과장된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책감을 마비시키고 스스로를 속인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쉽게 집단 최면에 걸리고 착각한다. 조직의 미션과 우선순위에 대해 말하지만 핵심 인원과 예산을 어디에 먼저 배정하는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말이나 문서만으로는 그 조직이 진짜 무엇을 믿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알 수 없다. 권력과 돈을 그 미션 항목에 배치하고 할당하기 전까지는 창업자와 조직이 해당 미션을 믿고 헌신한다고 볼 수 없다.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생각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아는 민감한 인지능력이 없으면 스스로 속이면서 돈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돈도 없고 리소스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일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웹서비스의 첫 화면의 디자인과 배치 역시 속마음의 표현이다. 멋진 것이 중요한가? 기능이 중요한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이 버튼을 왜 첫 화면에 두기로 했는지, 왜 이 위치에 두기로 했는지, 왜 이 크기로 만들었는지, 왜 이 문구인지, 모두 따져 보라. 당신의 동기와 당신의 믿음이 거기 담겨 있다. 맨 앞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것은 모두 이유가 있고, 그것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가로막힌 벽을 뚫고 보는 눈이 있는가? 그건 천리안이 아니라 솔직함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