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9>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사업을 모두 엑시트(Exit)한 후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을 발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말’로 하는 일이다. 말로만 하는 훈수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화려한 말로 비전을 외치고, 정작 일은 다른 사람을 시키면서, 이것저것 여러 프로젝트를 겉핥기로 집적댄다. 한두 권 읽은 책이나 단기 해외 견학에서 여행가이드에게 들은 얕은 지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화려한 말을 늘어놓는다.

가짜 모사꾼이 하는 말은 진짜 전문가 말보다 항상 더 그럴듯하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만이 뭐든 다 가능한 것처럼 희망을 준다. 스스로도 속고 남들도 속인다. 진짜를 본 사람은 거짓말하기가 참 어렵다.

영웅적인 창업스토리들이 많아서인지 뭔가 화끈하고 열정적이며 거창한 것을 시도하면서 사업한다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결과를 기대치 않는 거대한 일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사업은 첫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첫 매출 100만원 버는 것, 월 운영비 버는 것 같은 지극히 소박하고 쫀쫀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게 더 어렵다.

사업에 집중하라고 했더니 사업을 잘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고객 만남보다 홍보에 더 집중한다. 기존에 몰랐던 고객과 약속을 잡고 몇 명을 만났나? 아니면 창업행사에서 창업가들을 만나는데 더 많이 열을 올렸는가? 고객을 분석하라고 했더니 고객을 분석하는 방법론에 집중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라고 했더니 가치를 담는 제품에 집중한다.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 마치 자신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오해를 자주하게 된다. ‘준비하는 과정’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열심히 왔다 갔다 하는데 정작 앞으로는 한 걸음도 못 간 게 아닐까? 제품 기획과 개발, 홈페이지·팸플릿·명함 만들기, 회사 등록하기 등등은 필수적인 과정일 뿐 사업은 제자리걸음일 수 있다.

한 명의 고객이 생겼는가? 단돈 1000원이라도 벌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은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변죽을 울리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걸 진짜로 착각하지는 말자.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