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개막한 ‘독일 하노버 산업 박람회(Hannover Messe 2014)’에서는 제조업의 미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불량이 발생하면 스스로 찾아 개선하는 지능형 공장에서 각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얼마나 소모되는지 파악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까지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박람회에는 세계 5000여 기업이 참가해 미래 지능형 공장과 에너지시스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을 제시했다. 제조업의 미래 청사진이 한눈에 펼쳐졌다.
박람회에는 독일 정부가 제조업의 미래라고 밝히는 ‘인더스트리 4.0’의 개념이 담겼다. ‘통합 산업-도약의 단계’라는 주제 아래 자동화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진일보하고 있는 선진 제조업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참가 기업은 스마트 솔루션을 직접 보여주고 솔루션이 어떻게 공장에 접목되는지, 생산 과정의 유연성·효율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뽐냈다. 박람회에서는 △산업자동화 △에너지 △디지털공장자동화 △모빌리티기술 △산업부품 공급 △산업환경기술 △연구기술 등 분야로 나눠 미래 기술 경쟁이 벌어졌다.
◇자동화로 실현되는 제조업의 미래
산업자동화 부문에서는 생산공정 자동화를 통해 공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 경쟁이 치열했다. 지멘스는 ‘제품설계-생산계획-엔지니어링-생산실행-서비스’ 제조업 각 단계에 걸친 자동화 솔루션과 사례를 소개하며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통합되는지 보여줬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생산설비와 제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한 것이다.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에 ICT를 결합해 ‘지능형 공장’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지멘스 이외에도 ABB, 록크웰 등 글로벌 산업자동화 기업은 각자가 보유한 솔루션의 강점을 보여주며 제조업 다음 단계인 자동화 부분에서 자사와 함께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에너지 부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효율향상
에너지 부문에서는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인지 보다는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역력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는 산업자동화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더스트리 4.0에서 추구하는 생산효율 극대화와 맥이 닿는다. 산업자동화를 실현해 생산성이 극대화된다는 말은 생산시간을 줄인다는 것이고, 이는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소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결론 때문이다.
그동안 에너지는 항상 피크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맞춰서 공급해야 했기 때문에 낭비가 발생한다. 그런데 산업자동화로 생산설비가 상호연결성을 가지면 설비 간 규약(우선 순위)을 맺어 행동할 수 있다. 공장에서 가장 에너지 소비가 큰 기계가 돌아가는 타이밍에 다른 기계가 돌아가지 않는 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도록 관리해 피크를 억제하면 외부 스마트그리드로부터 추가 전력을 공급받을 필요도 없어진다. 에너지 효율개선 시스템을 공급하는 슈나이더일렉트릭과 지멘스, 가정 또는 소규모 사업장에 적합한 에너지저장시스템을 선보인 ADSTEC 등이 주목 받았다.
◇국내 산업자동화 분야 중소기업 판로 개척 총력
박람회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LS산전, 현대중공업 등 총 60여개 기업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됐다. LS산전은 이번 전시회에서 글로벌 경쟁사와 차별되는 기술 알리기에 나섰다. 과거에는 각 부품에 대한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부품 품질보다 탁월한 자동제어 능력으로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수요에 맞춰 전략을 짰다. 생산성 향상 자동화솔루션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특히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저장시스템, 초고압전송케이블(HVDC), 가스배관솔루션(GIS) 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국전력은 중소기업 협력사 19곳을 소개하는 부스를 꾸렸다.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한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한전 브랜드를 통해 관람객 또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의 관심을 모으고 중소기업과 연계해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나라코퍼레이션 등 기계 제조기업 함께 박람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산업자동화 부문에서 초음파 모터, 유니버설 조인트 등을 출품했다. 에너지 부문에는 변속형 유체 커플링, 변압기 등을 선보였다.
올해로 67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서는 산업자동화·디지털 공장화·에너지·동력전달자동화·유공압 기술 등 매년 10여개 기술전이 동시 개최된다. 70여개 국에서 6500개 기업이 참가해 기술을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통합 산업-도약의 단계’다.
하노버(독일)=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