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32> 신뢰로 성공한 중고 명품 중개 서비스 `더 리얼리얼`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은 명품 중고 거래 서비스다. 개인끼리 거래하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더 리얼리얼은 회사가 중간에서 제품을 검수하고 판매를 대행한다. 회사가 제품 신뢰를 보장하고 판매 전 과정을 책임지면서 중고 거래 서비스에 수수료라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2011년 뉴욕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세 차례 투자를 받았다.

더 리얼리얼 서비스 페이지.
더 리얼리얼 서비스 페이지.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더 리얼리얼에서 명품 중고 거래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박지웅(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기존 중고거래 서비스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기존 서비스는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고 제품 사진과 설명을 붙인다. 굉장히 자의적인 가격에 품질 낮은 사진과 부족한 설명뿐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해당 제품 진위와 적정 가격을 알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 올린 사진으로는 제품 상태 확인도 쉽지 않다. 3만원 짜리 신발이라면 적당히 사겠지만 명품은 얘기가 다르다.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에서 명품을 사기에는 신뢰가 부족하다.

더 리얼리얼은 사람이 개입해 신뢰 문제를 푼다. 전문가가 판매자를 만나 제품을 확인하고 적정 가격을 정한다. 흠집과 변색 등 세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객관적 가격을 산출한다. 회사가 전문가 감정을 보증한다. 사진 역시 전문가가 촬영한 고품질이다. 제품 설명도 전문가가 작성한다. 구매자 입장에선 충분한 정보와 신뢰를 갖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정진욱=더 리얼리얼을 추천하는 이유는.

▲박지웅=기존 중고거래 문제점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중고 명품 유통에 회사가 들어가 사람의 힘으로 신뢰 문제를 풀었다. 수수료 기반 수익모델도 만들었다.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는 트래픽은 많은데 별다른 수익모델을 넣기 힘들었다. 광고나 안전거래 수수료가 전부여서 트래픽 대비 수익은 매우 낮았다. 더 리얼리얼은 단순 개인 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바꾸며 탄탄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 현지에선 취급 카테고리만 바꿔 더 리얼리얼 시스템을 적용하는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진욱=명품은 큰 마음먹고 사는 고가 제품이다. 나라면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살 거 같다. 명품과 온라인은 궁합이 별로 아닌가.

▲박지웅=명품이 온라인에서 잘 안 팔릴 거란 통념이 있는데 오해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수많은 온라인쇼핑몰 중에 가장 잘 되는 게 다이아몬드 쇼핑몰이다. 온라인 명품 거래로 성공한 ‘길트(Gilt)’를 보면 알 수 있다. 길트 거래액은 연간 수천억 달러다. 온라인 명품 거래는 충분한 수요가 나온다.

-정진욱=‘더 리얼리얼이 보증한 제품은 믿을 수 있다’란 인식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다. 초기 서비스 활성화에 기여한 접근법이 있다면.

▲박지웅=전략적으로 길트를 모방했다. 사이트 이미지와 느낌을 길트와 유사하게 가져가며 가격은 길트 대비 말도 안 되게 싸게 제시했다. 길트와 더 리얼리얼을 비교하며 ‘중고 명품도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싸. 굳이 길트에서 살 필요 있어?’란 메시지를 던졌다. 길트가 명품 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을 수급해 브랜드 확대가 늦은 반면, 더 리얼리얼은 대중을 상대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길트에 없는 명품 더 리얼리얼에 있다’는 메시지 역시 성장에 도움이 됐다.

-정진욱=구매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싸게 산다는 장점이 있다. 판매자는 더 리얼리얼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박지웅=판매자는 제품을 빠르게 팔 수 있다. 제품을 사이트에 올리는 일부터 판매자와의 연락과 가격협상, 배송까지 전 과정을 개인이 알아서해야 하지만 제품이 언제 팔릴지 장담할 수 없다. 더 리얼리얼은 당장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도 제품이 괜찮다면 회사가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판매자 입장에선 절차를 간소화하고 빠르고 확실한 판매가 가능해 충분히 매력 있다.

-정진욱=사람이 제품을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제품 카테고리를 늘려 확장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있지 않을까.

▲박지웅=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주는 신뢰가 분명하다. 확장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더 많은 제품 판매를 중개할 수 있고 매출도 오른다. 한 사람 인건비를 빼고도 남을 정도의 마진을 얻을 수 있다.

-정진욱=국내에도 중고 명품 시장이 있을까. 더 리얼리얼 같은 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은.

▲박지웅=국내 명품 시장이 5조원으로 세계 5위 규모다. 국내 중고 명품 거래 1위 서비스 ‘필웨이’ 거래액이 연 1000억원 정도다. 시장은 충분하다. 시장은 있지만 더 리얼리얼 같은 중고 명품 중개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한 필웨이란 막강한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필웨이는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평가하는 커뮤니티다. 전문가 못지않은 회원들이 새로운 중고 제품이 올라오면 구체적 평가를 하고 여러 사람 의견이 더해지면서 진위와 적정가격이 매겨진다. 중고 명품 거래를 한국식으로 풀었다.

-정진욱=더 리얼리얼 모델을 다른 곳에 적용한다면. 중고 명품 거래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면 조언은.

▲박지웅=명품과 비슷하게 중고지만 가격이 상당한 전자제품이나 의류 분야라면 더 리얼리얼 같은 접근이 유효하다. 굳이 중고 명품으로 도전한다면 처음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직접 구매로 초기 다양한 상품 구색에 맞춰 많은 제품을 구비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 자금 여유만 있으면 할 만하다.

-정진욱=더 리얼리얼 같은 서비스를 할 때 예상되는 어려움은. 인적구성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박지웅=초기에는 공급자 관리가 쉽지 않다. 제품 적정가격 합의가 길어져 생각보다 제품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초기에는 개인이 아닌 전문 판매상에게서 직접 사는 게 빠르다. 인적구성에선 명품 거래 쇼핑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경험 있는 사람이 팔릴 만한 제품을 골라 적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파트너 관리에 능한 인재도 필요하다.

-정진욱=더 리얼리얼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박지웅=명품이 아닌 전자제품, 의류 등이라면 80% 이상이다. 별로 현지화 노력이랄 것이 없다. 시스템을 적용하면 된다.

-정진욱=더 리얼리얼이 시사하는 점은.

▲박지웅=인터넷 비즈니스 하는 기업 대부분이 프로세스에서 사람을 배제하려고 한다. 전자상거래는 무대는 온라인이지만 운영은 100% 오프라인이다.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는 사람을 써야 한다.

박지웅 대표가 평가한 더 리얼리얼.

더 리얼리얼 현황.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32> 신뢰로 성공한 중고 명품 중개 서비스 `더 리얼리얼`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박지웅]<32> 신뢰로 성공한 중고 명품 중개 서비스 `더 리얼리얼`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