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5’가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하나를 구매하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원플러스원(1+1)’ 상품으로 나왔다.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은 아예 ‘공짜 갤럭시S5’ 상품을 내놨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판 첫날부터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목적의 이른바 ‘미끼 상품’에 활용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2년 약정에 60만원 가까운 대금을 지불해야 갤럭시S5를 구매할 수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단말기 출고가가 한국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지난 11일(현지시각) 갤럭시S5 출시 전부터 미국에서 ‘1+1’ 이벤트를 시작했다. 갤럭시S5를 구매하면 갤럭시S5를 한 대 더 준다. 덤 상품으로 갤럭시S5 대신 삼성 아티브SE 또는 HTC 원 M8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유럽 통신사 보다폰은 영국에서 아예 ‘공짜폰’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갤럭시S5 마케팅에 나섰다.
2년 약정 기준 월 3기가바이트(GB) 데이터제공 요금제(3GB 요금제만 기존 갤럭시 시리즈 반납 조건, 보상판매)부터 갤럭시S5 기기 대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11일 이후에는 5GB 요금제부터 보상판매를 조건으로 갤럭시S5를 무상 지급한다.
메이저 휴대폰 제조사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 직후부터 공짜폰이나 1+1 상품으로 풀리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해외 주요 이동통신사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공급했기 때문에 이 같은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시 초기부터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판매량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상 휴대폰 구매 지원금은 제조사 판매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구성된다”며 “출시 초기에 제조사 판매 정책 입김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대대적으로 밀어내기 식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럭시S5 글로벌 출시와 함께 높은 출고가를 유지하는 국내 가격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 갤럭시S5 국내 출고가가 주요국가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에서 약정 없이 살 수 있는 갤럭시S5(메모리 16GB 모델)는 599.99달러(약 63만원)로 국내 출고가인 86만6800원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갤럭시S5 대만 판매가격 역시 우리나라보다 싼 80만6000원에 책정됐다.
우리나라 갤럭시S5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것은 출고가에 통신사 보조금 등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반영하는 방식으로 출고가를 높게 책정한 후 다시 깎아줘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항소했지만 올해 2월 서울 고등법원에서 대부분 청구가 기각되는 등 사실상 패소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는 지역 상황과 통신사 협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투명하지 못한 판매 장려금이나 보조금으로 소비자를 기만한다면 국내 소비자가 비싼 출고가를 감당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영원히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
김시소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