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하반기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통신사 간 번호이동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전산 시스템이 멈추는 ‘서킷 브레이크’ 제도가 도입된다. 또 불법 보조금과 개인정보 유출에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보다 강력한 처벌 방안이 마련된다.
16일 황창규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통신 3사 CEO는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식시장 ‘서킷 브레이크’ 같은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킷브레이크 제도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락 또는 급등하는 때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주식거래중단 제도를 말한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통사가 번호이동 자율제한제(서킷 브레이크) 실행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고 구체적인 협의를 한 뒤 5월 이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가 시행되면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설 때 각 통신사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차단된다. 정부가 기존에 제시한 휴대폰 시장 과열 기준은 하루 평균 번호이동 2만4000건이다.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 시행 기준에 대한 각사 의견은 제각각 엇갈렸다.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SK텔레콤(1위 사업자)은 낮은 수치를, 이통 가입자 약 20%를 점유한 LG유플러스(3위 사업자)는 SK텔레콤 안보다 높은 수치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산차단 시 예약가입 등을 막을 방법은 물론이고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위한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서킷 브레이크 기준을 사업자가 스스로 조율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에서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따르겠다는 정도의 정서적 합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이통 서비스 가입자 모집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난다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정부의 불법 단말기 보조금 근절의지는 확고하다”며 “불법 보조금을 법과 원칙에 근거해 아플 정도로 처벌하는 등 강력한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 강화도 주문했다. 최 위원장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 피해 심각성을 고려해 사고 발생 시 처벌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며 “CEO부터 개인정보보호가 ‘비용’보다는 ‘투자’라 생각하고 정부 정책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새 방통위 출범 이후 부처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통신업계 CEO 간담회를 가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개인정보보호 등 산적한 현안을 발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라며 “특히 최근 이통 3사 영업정지 기간 중 불·편법 영업, 상대회사 신고 등 시장 혼탁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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