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신형 에어컨을 구입한 A씨.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켜 내부를 시원하게 한 후 들어간다. 휴가를 다녀온 A씨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쓰지도 않은 에어컨 요금이 수백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해커가 에어컨을 해킹해 마음대로 작동시킨 탓이다.
산업연구원(KIET·원장 김도훈)은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며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관련 보안 위협이 2015년 13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안전망, 융합보안산업’ 보고서를 내고 사고를 방지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융합보안산업은 정보보안과 물리보안 간의 융합, 혹은 보안기술이 IT융합산업에 적용돼 창출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보안위협은 더이상 사이버 환경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융합보안 피해 규모를 산정했다. 기존 연구에 기반해 국내총생산(GDP)의 1% 규모로 추정했을 때 2015년 13조4000억원, 2020년 17조7000억원, 2030년 26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국가 신용도 하락과 2차 피해 등을 고려하면 더욱 증가한다.
융합보안사고는 제조업, 서비스업, 국가기반시설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제품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수요 감소를 불러온다.
만약 스마트카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해 국산 자동차 수요가 10% 감소하면 연간 약 24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스마트폰 피해액도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산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정기간 서비스가 불가능해져 다른 산업 부문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금융기관에 대한 보안공격으로 관련 산업에서 1%의 지장을 받으면 금융산업 자체에 1조7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 전 산업에 걸쳐 간접적으로 6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통신, 교통, 전력망 등의 국가기간시설에서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원은 경고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터넷망에 1%의 작동불가(inoperability) 상태에 놓이면 전 산업에 걸쳐 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황원식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보안피해는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 방재·안전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고피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설립이 시급하다”면서 “융합보안산업을 육성하려면 산업 간 협업이 필요하고, 국제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