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를 경기장에서 보는 것보다 집에서 TV 중계로 보는 것이 더 좋다. 슬로모션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골이 들어가면 경기장에서는 끝이다. TV는 다른 각도에서 찍은 다양한 영상을 슬로모션으로 다시 보여준다.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마케팅의 과정을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다면 더 쉽게 잘 이해할 것 같다.
스타트업 마케팅을 슬로모션으로 한번 보자.
첫 단계는 ‘노출’이다. 길 가다가 배가 고픈데 마침 삼겹살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왜 삼겹살 집이 눈에 들어왔을까? 삼겹살 굽는 냄새 때문일까? 특이한 간판 때문일까? 평소에 삼겹살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노출’ 없이는 고객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워드 광고, 블로깅과 검색 최적화, 소셜 포스트, 길거리 전봇대에 붙이는 전단지까지 고객의 길목에 가능한 많이 노출시켜야 고객에게 발견될 확률이 높다.
다음 단계는 고객의 ‘관심’이다. 우리는 하루에 수백 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그러다가 어쩌다 낚시성 멘트 혹은 관심 가는 키워드 때문에 그만 클릭한다. 포털에 수천 번 노출된 가운데 하나가 드디어 우리 사이트로 들어온 것이다. 창업자는 가능한 경우를 다 고려해 메뉴 A, B, C를 만들고 이 가운데 하나를 누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작 고객은 A, B, C보다 브라우저 (Back) 버튼이나 우측 상단의 윈도 종료(×) 버튼을 가장 많이 누른다. 사이트를 처음 방문한 고객은 5초 이내에 머무를 것인지, 나갈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5초 이내에 읽고 인지할 수 있는 글자 수를 계산해보라.
마지막은 고객의 ‘행동(Action)’을 유발하는 단계다. 회원 가입이나, 메일 주소를 남긴다. 익명의 ‘잠재 고객’이 ‘고객’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방문자 중 소수의 관심자만이 자신의 정보를 남기고 회원이 된다. 스팸 메일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두려움을 넘어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노출-관심-행동유발에 이르는 통로(pipeline)를 설계해 만들고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슬로모션처럼 보이는 경지에 이르면 하산해도 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