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게임 제스처에도 특허, 가장 기본부터 살펴야"

“모바일게임 스타트업 환경은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더 치열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미국 디멘저널펀드자문(DFA)·소프트뱅크코리아·NHN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받은 엔더스펀드(Ender`s Fund) 박진수 공동창업자·대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5년 만에 중견 게임사로 성장한 스톰에이트(Storm8) 안나 조 사용자인터페이스(UI) 엔지니어, 워너브라더스게임즈의 마케팅 전문 크리스 안 시니어매니저, 한국과 북미 게임 운영 대행과 퍼블리싱 기업인 키야트게임즈 조현선 대표, 모바일게임 데이터 분석서비스 기업 파이브락스 이창수 대표가 30일 한 자리에 모였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퍼블리싱, 고품질 게임 제작과 마케팅을 위한 자금 확보 문제가 뜨겁다. 해외 진출이 절실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공사례는 없다. 특히 북미·유럽은 문화 차이 등으로 아시아보다 진출이 훨씬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안나 조 스톰에이트 UI 엔지니어는 게임 본질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수퍼셀이 ‘헤이데이’ 유저 인터페이스 일부에 특허를 적용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제스처 하나에 특허를 낼 정도로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고 자사 게임에서 고유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퍼셀과 킹이 iOS 버전 출시 후 1년 동안 준비해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했다”며 “한국은 일정 수준에 부합하면 출시한 뒤 패치하는 ‘서비스’ 개념으로 보는데 이들은 완벽한 준비가 끝나야 선보이는 ‘제품’으로 보는 관점의 차이가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 같다”고 분석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고 초기 마케팅에 비용을 집중 투입하는 국내 시장 분위기가 개발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박진수 엔더스펀드 공동창업자는 “게임 출시 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사용자 지표를 살피고 장기적인 서비스 전략을 짜는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은 불과 3주 만에 게임 성패를 판단하는데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는 “한국 개발사는 3주 안에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크다”며 “일본과 미국 개발사가 꾸준히 게임을 업데이트하며 1~2년 이상 서비스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대형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쟁력을 갖추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북미는 스타트업에 큰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현선 키야트게임즈 대표는 “현지 문화 등을 고려해 적절한 마케팅으로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라며 “스타트업에게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크리스 안 워너브라더스게임즈 시니어매니저는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아직 자본력 싸움이 크다고 보기 이르다”며 “스타트업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