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이다. 이번 삼성 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도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정기 임원 인사철(연말)이 아닌 상반기 중 대규모로 이뤄졌다. 또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팀장급 직급이 역전됐다는 것도 의외다. 그룹 미래전략실의 사장과 부사장이 삼성전자로 이동하고 이들 자리 일부를 직급이 한 단계 이상 낮은 임원이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직급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배경 파악이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 출근경영을 재개한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던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 인사로 볼 때 최근 ‘실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마하경영을 펼치는 데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품질경영과 대언론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질책과 독려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이들 새로 부임하는 임원진이 마하경영을 현장에서 적극 전개하라는 미션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성 분석도 나돌았다.
삼성그룹 측도 “마하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현장(삼성전자) 전진 배치로 현장의 역량과 권한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영 인프라인 인사·커뮤니케이션·법무 조직에 혁신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컨트롤타워로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을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거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래전략실에서 본 마하경영을 그 실천 조직인 삼성전자에서 빠르게 이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래전략실에서 이동한 만큼 미래전략실과의 소통 및 보고체계가 훨씬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상당 기간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이 사장이 삼성전자로 이동했다 해도 최 실장의 직접 보고라인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과 이준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직급이 역전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옮긴 이인용 사장을 이준 전무가 지원하라는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최근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와 관련해 불거진 여러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받는 형국이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을 포함,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를 둘러싼 협상, 그리고 국내외에서 발생한 무선사업부의 여러 이슈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여러 사안들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대처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인사는 그런 후속조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희 회장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문한 마하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탈바꿈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 임원 출신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출근경영 직후 단행된 것이어서 이 회장의 주문으로 봐야 한다”면서 “시기적으로 이례적인 인사여서 앞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