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항암치료 효율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연구단(단장 김기문) 그룹리더 김원종 경북대 교수팀은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율은 높인 항암제 전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구조적으로 빈 공간 내부에 어떤 물질이 특이적인 상호작용으로 들어가는 ‘주인-손님 상호작용’을 이용해 암세포에 선택적 항암치료를 가능케 했다. 연구진은 항암제의 일종인 파클리탁셀이 고리 모양 올리고당인 싸이클로덱스트린 내부에 들어가는 주인-손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이를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에 응용했다. 주인-손님 상호작용 극대화를 위해 고분자화된 싸이클로덱스트린과 고분자화된 파클리탁셀을 개발했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혈액 내에서 매우 안정된 구조체를 유지하는 새로운 종류의 나노조립을 만들어 냈다. 또 나노조립 표면에 암세포 표적물질을 도입해 혈액 속을 안정적으로 순환하고, 암세포에 효율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하는 암세포 표적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그동안 항암치료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혈액순환 과정에서의 비정상적 항암제 방출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했고, 암세포 표적물질 도입으로 암세포를 만났을 때만 선택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해 치료 효율성을 높였다. 개발이 간편하고 대량생산도 쉬워 향후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됐지만 치료 약물을 암세포에 전달하는 시스템 효율이 떨어져 제대로 된 항암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 항암제가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혈액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방출돼 항암효과도 낮았고 부작용도 발생했다. 현재도 비수용성 항암제를 유기용매에 녹여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쓰이는데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에도 항암제가 전달돼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사용되기 시작한 마이셀이라는 고가의 차세대 약물도 부작용은 줄이지만 비정상적 약물 방출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김원종 교수는 “간편한 방법으로 항암제의 대량생산과 개량이 가능해 앞으로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