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이 중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정조준했다. 퀄컴·미디어텍뿐 아니라 중국 업체도 중저가 스마트폰·태블릿PC용 AP 생산에 나서면서 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까지 AP 패키징에 쓰이는 FC CSP는 국내의 삼성전기·LG이노텍과 대만 킨서스, 일본 이비덴 등 일부 업체만 생산했다. 중저가 AP 시장 확산을 기회로 국내 PCB 업체들이 FC CSP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대덕전자·심텍 등 국내 PCB 업체들이 중저가 AP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최근 선폭 25~30㎛, 4층 FC CSP를 양산해 AP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개발·승인 테스트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덕분이다. 심텍도 여러 대만·중국 AP 업체에 4층, 25㎛ 선폭 FC CSP 샘플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하반기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이노텍은 20㎛ 이하 선폭, 6층에 달하는 고가의 FC CSP부터 4층, 30㎛ 선폭 중저가 제품에 이르는 풀 라인업을 이미 구축했다. 주요 AP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FC CSP 시장에서 후발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AP 시장이 급변한 영향이 크다. 삼성전기·이비덴 등 선두 업체들은 지난 2012년부터 고가 AP용 FC CSP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바꿨다. 그러나 고가 AP 시장이 주춤한 반면에 중저가 AP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후발 업체들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FC CSP 생산 라인에서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지난해 중저가 AP 시장을 타깃으로 신규 투자한 PCB 업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만 업체들은 중저가 A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FC CSP 생산 라인을 조정하고 있다. 킨서스와 유니마이크론이 대표적이다. 다만 대만 업체들이 FC CSP 생산 라인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기술력이 떨어져 FC CSP를 생산하지 못하는 만큼 국내 PCB 업체에 유리한 시장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중저가 스마트기기용 듀얼·쿼드코어 AP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PCB 업체들이 중국·대만 AP 업체를 타깃으로 영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FC CSP는 볼그리드어레이(BGA)의 일종으로 공간 효율을 최대화한 모바일 AP용 PCB다. FC CSP는 70~100㎛ 높이에 불과한 범프(Bump)로 전극 신호를 전달해 신호 거리가 짧고 노이즈 발생이 적은 게 장점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