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랩스(Podo Labs)’는 스마트폰과 연결 가능한 초소형 카메라 ‘포도’를 만든 스타트업이다. 포도는 가로·세로 3㎝ 크기에 스마트폰으로 제어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한국인 창업자가 대표로 있다. 미국 유명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했고 미국 하드웨어 인큐베이터 ‘하이웨이1’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오는 7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아직 제품 출시 전이다. 포도에 대해 좀 더 소개해 달라.
▲류중희(퓨처플레이 대표)=포도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따로 떼어 활용도를 높인 스마트 기기다. 액세서리처럼 착용 가능해 일종의 웨어러블 기기로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셀카 사진을 보면 다 똑같다. 사진 가득 얼굴만 들어있다. 똑같은 각도에 포즈도 제한적이다. 포도는 스마트폰 셀카 찍기에 자유로움을 부여한다. 셀카를 찍고 싶으면 적당한 곳에 포도를 붙이면 된다. 기기 뒤편에 마이크로 석션 젤 일명 ‘끈끈이’가 붙어 있어 어느 곳이나 탈부착 가능하다. 포도는 블루투스 HD 스트리밍으로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스마트폰은 카메라 뷰파인더와 제어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 화면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를 원격 조정하며 다양한 각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정진욱=포도를 추천하는 이유는.
▲류중희=‘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 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미래 하드웨어를 두고 말은 많지만 거창한 측면이 있다. 미래 하드웨어라고 지나치게 어려울 필요 없다. 현재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으면 된다. 포도는 스마트폰에서 카메라를 분리해 셀카 품질을 높였다. 필요한 것만 남겨 가볍고 싸게 만들었다. 미래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연계가 핵심이다. 포도 같은 시도가 앞으로 많아 질 거다.
-정진욱=셀카를 찍기 위해 별도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비싸면 보급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류중희=아직 100% 확정되진 않았지만 가격은 60달러(약 6만1500원) 수준이다.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도 3만원정도 한다. 케이스 두 개 가격에 멋진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가질 수 있다. 이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카메라 렌즈를 제외한 모든 자원을 스마트폰으로 대신한 덕분이다. 카메라 렌즈 외 별도 디스플레이와 메모리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보고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블루투스 스트리밍으로 촬영한 사진은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한다. 핵심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덜어내 매력적인 기기를 만들었다.
-정진욱=많은 웨어러블 기기가 착용에 불편함을 겪는다. 별도 기기를 가지고 다니는 귀찮음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류중희=반드시 몸에 착용할 필요 없다. 착용하면 웨어러블이지만 지니고 다니면 포터블이다. 액세서리처럼 가방에 달고 다닌다. 열쇠고리로도 사용한다. 실제 제품을 보면 굉장히 예쁘다.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없다. 케이스도 다양한 색상으로 교체할 수 있다.
-정진욱=사용처가 셀카로만 한정되면 활용도가 낮다. 다른 식의 사용은.
▲류중희=하드웨어만 부각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도 훌륭하다. 셀카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포도를 액세서리처럼 정장에 부착했다고 하자. 다양한 상황에 따른 촬영을 설정할 수 있다. ‘움직임이 3초간 정지되면 촬영’ ‘격렬하게 몸이 움직이면 촬영’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시선을 동영상으로 담는 ‘고프로’의 사진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진욱=스타트업의 하드웨어 제작은 쉽지 않다. 포도랩스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나.
▲류중희=‘하이웨이1’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제작이 가능해졌다. 하이웨이1은 PCH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정진욱=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진 보정앱이 사진 원판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준다. 포도를 반드시 쓸 필요가 있나.
▲류중희=기존 보정앱과 포도는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보정으로 얼굴 크기를 줄이고 전신사진을 만들 수 없다. 보정앱이 사진 자체를 바꿀 수 없지만 포도는 사진을 완전히 다르게 찍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 통계를 보면 셀카보다 전신사진이 압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사진 자체를 차별화하려는 욕구는 충분하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이 포도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포도에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바로 보정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포도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하고 있다.
-정진욱=포도는 스마트폰에서 카메라를 떼어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메라처럼 스마트폰에서 분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을까.
▲류중희=헤드폰이나 스피커, 케이스 등이다. 케이스 대다수가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필요한 기능을 더할 수 있다. 진동을 세게 해준다거나 배터리 소모를 덜어주는 케이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진욱=포도는 하이웨이1 도움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이런 액셀러레이터가 없다. 국내에서 포도 같은 창업이 가능할까.
▲류중희=한국에선 아직 쉽지 않다. 생산과 판매 모두 마찬가지다. 미국은 참신한 제품에 열광하고 실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에서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한국·일본에 진출하는 게 좋다. 포도 같은 접근을 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면 기획을 잘 해서 미국으로 먼저 나갈 것을 추천한다. 하드웨어는 생산만큼 유통도 중요한데 국내는 아직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엔 여건이 좋지 않다.
-정진욱=포도는 국내에도 진출 예정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류중희=IT기기가 아니라 패션 제품으로 정의하면 유행할 수 있다. 마케팅이 중요하다. 유명인이 쓰는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다. 초기에 적은 수를 양산해 한정된 사람이 쓰게 만든다. 구글글라스처럼 입소문 효과가 발생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제품을 뿌려도 된다. 마케팅용으로 1000개를 뿌려도 6000만원이면 된다. 국내는 셀카를 많이 찍고 유명인 영향력이 크다. SNS도 많이 쓴다. 충분히 뜰 수 있다.
-정진욱=포도의 성장 가능성은.
▲류중희=카메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를 만들 수 있다. 어반라이프를 상징하는 쿨한 기기로 성장한다. 향후에는 사진을 넘어 비디오 기능을 더해 CCTV를 대체할 수도 있다. 간편하게 소지하며 사진·영상을 찍고 퇴근할 때 점포에 붙이면 훌륭한 CCTV가 된다.
-정진욱=포도가 시사하는 점은.
▲류중희=사용자의 불편에 집중하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말고 해답이 하드웨어라면 용기 있게 도전하자.
류중희 대표가 평가한 포도.
포도랩스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