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진통 겪는 원격 의료 서비스, 국가연구망(KOREN) 타고 해외로

원격의료 시행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격 의료상담 서비스가 국가연구망인 ‘미래네트워크 연구시험망(KOREN, 이하 코렌망)’을 타고 해외 교민에게 먼저 제공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해외 교민들과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해외 교민들과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원격의료 서비스가 싹을 틔운 셈이다.

14일 코렌망을 운영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지난해 외교부,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해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피지에서 ‘재외공관 원격 의료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카자흐스탄, 가나, 르완다, 베트남 4개국으로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미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의료 서비스 품질이 낮은 국가 교민은 의사소통 어려움, 국내와 상이한 의료 환경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 현지 의료 신뢰도가 낮아 고품질 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정확한 의사소통으로 상담만 제대로 받을 수 있어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작년 분당서울대병원 미래전략추진단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영상상담을 이용한 의료 서비스를 외교부에 제안했다. 재외 공관과 국내 병원을 영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경험을 갖춘 NIA가 사업에 합류했다. 지난해 1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사관에서 첫 상담이 시작됐다.

상담은 주 1회 30분~1시간 진행된다. 외교부는 영사관과 대사관 등 재외공관 내부에 상담소를 설치하고 현지 교민 홍보를 돕는다. 미리 상담 신청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병원 측에 전달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상담에 필요한 의사를 파악해 영상회의에 기반을 둔 의료 상담과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한 우즈베키스탄 교민은 상담 후 내한해 척추시술을 받는 등 실제 의료 서비스로 이어지는 사례도 다수 생겨났다.

처음 사업을 제안한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은 “감기 환자만 있는 게 아니라 소아과, 내과, 피부과, 신경외과 등 모든 분야별 환자가 다 있기 때문에 요구에 맞춰 담당 상담을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하지만 국민이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건강을 책임지는 게 우리가 할 일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NIA는 네트워크와 영상회의 기술을 지원한다. 55개국에 퍼져 있는 코렌망이 핵심이다. 코렌망은 상용망에 적용하기 어려운 네트워크 기술 시험 검증과 실증 시험을 지원하는 비영리 네트워크다. 국내 60Gbps, 해외 10Gbps 속도를 지원한다. 영상회의 솔루션으로는 국내 업체 해든브리지의 톰스팩토리를 사용한다.

이재호 NIA 스마트네트워크단 초연결인프라기획부장은 “병원 의료 서비스의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네트워크 기술과 영상회의 솔루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아직은 시범 서비스 차원에서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서비스로 발전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