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 융합 연구 성과 속속..`오픈 이노베이션` 시대 성큼

제조업 혁신을 위해 서로 다른 소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을 모으는 융합 형태의 기술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 신시장을 창출하거나 종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도 한다. 정부 또한 국책 과제에서 융합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국내 연구계의 융합 기술 개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경희대 최석원 교수 연구팀, 전남대 이무성 연구팀은 섬유·광학·고분자 기술을 융합해 디스플레이 휘도 향상 필름을 시작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고분자 매질에 나노 섬유를 분사시켜 늘려 만든 것으로, 나노섬유 장축과 단축 굴절률이 서로 다른 특성을 이용해 만들었다. 고분자 매질과 나노섬유 간 굴절률이 같은 방향은 빛을 투과시키고 차이가 있는 방향은 반사시키는 형태다. 특정 방향의 빛만을 투과시키는 성질이 필요한 광학필름에 이를 응용했다.

휘도 향상 필름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자 이번에는 산란 필름 개발에 뛰어들었다. 산란 필름 역시 샘플 개발에는 성공한 상태다. 산란 필름은 도광판 패턴을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광학필름 시장은 미국 3M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하는 필름 수요가 높은데, 섬유 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방식이 등장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이신두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 한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빛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 홍채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액정이라는 소재와 생체 기술 분야가 융합해 이뤄낸 성과다.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서도 이업종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생산하는 머크는 건축가·예술가 등과 함께 디스플레이 미래를 연구하는 ‘디스플레잉 퓨처’ 심포지엄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소재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캠페인의 일환인 ‘글로벌 소재 테크페어’도 지난해에 이어 올 해에도 열릴 예정이다.

최석원 경희대 교수는 “섬유 산업과 전자를 융합하는 텍스타일 일렉트로닉스처럼 융합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특히 플렉시블이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기술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융합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