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독자 모바일 플랫폼 `자몽` 프로젝트 포기

삼성전자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모바일 앱 플랫폼 프로젝트 ‘자몽’을 포기했다.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독자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한 자몽 프로젝트에서 최종 철수했다. 자몽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축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힘을 보탠 모바일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앱스와 타이젠용 앱 장터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용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를 노렸다.

이 사업에 참여를 준비한 앱 개발사는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자연스럽게 삼성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삼성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서 강력한 브랜드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파급력을 기대할 만 했다.

앱 개발사 중 가장 많은 분야는 모바일게임이다. 자몽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힌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30여곳에 달한다. 이들이 공급할 게임은 약 80종이다. 이미 시장에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작품을 자몽 플랫폼에 올리고 국내와 해외를 공략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프로젝트에서 돌연 발을 뺐다. 이 사업을 준비한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 의욕적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삼성전자 내부 전략이 바뀌면서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콘텐츠와 모바일 플랫폼의 파급력을 보고 시작했다가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한 중소 개발사도 타격을 입었다. 자몽 플랫폼 맞도록 앱을 변환하는 등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타이젠폰 출시 연기설, 음악과 전자책 사업 부진 등의 지적을 받아왔다. 콘텐츠로 사업 확대를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삼성 ‘챗온’ 메신저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게임센터 서비스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게임빌을 마스터콘텐츠제공자(MCP)로 선정하고 챗온에 서비스할 모바일게임 일부를 계약했지만 최근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새로운 게임 물색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챗온 메신저에서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