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의 개발자 구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계의 북산’을 표방한 독특한 채용공고로 인재 충원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 슬로그업은 지난달 25일 인기만화 슬램덩크의 ‘북산’을 표방해 “북산 같은 스타트업에서 강백호 같은 개발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내걸었다.
지원전형은 개발 실력에 따라 ‘강백호 전형’과 ‘서태웅 전형’으로 나눴다. ‘실력은 미완성이지만 근성 하나는 비밀병기급’인 경우에는 강백호 전형을, ‘무슨 문제만 생기면 모두 나를 찾는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이자,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서태웅 전형을 선택하는 식이다.
모집형태 역시 지원자가 ‘직원(100% 연봉)’, ‘동업자(지분과 생활비)’, ‘직원+동업자(절충)’ 세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학력이나 나이는 아예 적는 칸을 없앴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5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입사지원서를 보내왔다. 아직 정식 론칭한 서비스도 없는 신생 스타트업으로서는 충분히 흡족한 반응이었다. 지원자들은 다양했다. 고등학생부터 과고 조기졸업에 카이스트 석사 학력자, IT직업학교 출신부터 아이비리그나 대기업 출신, 혹은 IT업계에서 20년을 일한 44세 베테랑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입사를 원했다.
더욱이 지원자들은 ‘정대만 전형’이나 ‘송태섭 전형’, ‘안경선배 전형’, 심지어 ‘채소연 전형’까지 공고에 없던 전형들을 만들어 개성 넘치는 지원서를 내밀었다. 이중 ‘채소연 전형’을 기획해 사무실로 직접 들고와 입사지원 PT를 한 지원자는 바로 다음날 채용이 결정됐다.
슬로그업 인사담당자는 “다른 지원자들과의 면접이 아직 진행 중이긴 했지만 이 사람은 더 볼 것도 없이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데 팀원들의 의견이 모였다”며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엔 없는 TO를 만들어서 채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스타트업스러운’ 채용공고 덕에 넓은 선택의 폭을 누리며 3명의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슬로그업 인사담당자는 “채용 역시 마케팅의 하나라고 생각해 공고뿐 아니라 면접 후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선물을 드리는 등 채용과정 전반에 신경을 썼다”며 “우리같이 작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지원자와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 행복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라이프팀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