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9>스타트업에 부채란 무엇인가?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9>스타트업에 부채란 무엇인가?

갓 사업자등록을 하고 아직 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에 보증서를 발급 받아 돈을 쓰라는 권유를 한다. 아마도 보증 건수나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사회경험도 없는 청년들을 빚이라는 절벽으로 끌고 가는 위험한 행위다. 보증을 받으면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세금 감면을 받는다고 설득한다. 매출도 없고 이익도 없는데 무슨 감면받을 세금이 있나? 마이너스통장만 만들고 돈은 쓰지 않으면 된다고 유혹한다.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면 그 돈을 안 쓰고 못 배기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들의 속성이라는 걸 초보창업자만 모른다.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청년 스타트업들이 매출도 없는데 몇 천만원 혹은 수억원의 돈을 부채로 안고 있었다.

사업계획을 그렇게나 확신하는가? 주변에서 좋다고 칭찬하는가? 시장조사에서 잠재고객들이 제품을 꼭 사겠다고 응답했는가? 제품만 만들어 시작하면 성공하고 큰돈을 벌 것 같은 생각으로 빚이라는 늪으로 풍덩 뛰어든다. 본업에서 지속적인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에 부채는 달콤한 독배다.

‘기술과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대출이라고 한다. 멋진 말로 포장은 하지만, 결국은 ‘연대보증’을 기반으로 한 빚이다. 진짜 신용을 믿고 진짜 기술성을 평가할 자신이 있으면 ‘연대보증’을 걸지 말고 대출해야 한다. 그러면 나도 기술과 신용을 기반으로 한 대출을 창업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것이다. 개인부채는 평생 따라다니고, 심지어 사망해도 자녀에게 전가된다.

프로들의 계약서에는 ‘연대보증’ 혹은 ‘개인보증’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법적인 연대보증의 기능을 하도록 계약서가 부드럽지만 교묘하게 만들어진다. 연대보증이 있는 계약을 체결한 스타트업 대표가 회사의 빚에 자신이 연대보증을 섰는지조차 모르는 때가 많다.

기업의 부채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매출이 있고 이익이 나는 회사가 생산을 늘리거나, 현금흐름의 일시적 간극을 연결하는 대출은 필요하다. 매출이 없는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부채에는 진짜 신중하라. 부채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가 아니라 다 날린 후에 어떻게 갚을 것인지다.

스타트업에 부채란 사업을 도박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