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간 사이버 분쟁의 불똥이 글로벌 IT 업계로 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사법당국이 중국 현역 인민군 장교 5명을 사이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데 반발해 중국 정부가 잇단 보복성 조치를 내놓으면서다.
◇중국의 반격
28일 블룸버그 등 주요 서방 언론은 중국 정부가 자국 은행들의 미국 IBM산 고사양 컴퓨터 서버에 대한 이용 실태 및 보안 점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소장을 맡고 있는 ‘중앙 인터넷 안전·정보화 영도소조’에 전달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은행에 자국산 서버로의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언론의 보도다.
또 이날 중국 청년보와 뉴욕타임스(NYT)는 시스코가 대중국 수출 통신장비에 ‘백도어(back door)’를 비밀리에 내장, 지난 10년간 중국내 주요 공공 및 민간 IT 프로젝트 정보를 미국 정보당국에 넘겨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도어는 주로 라우터 등에 부착됐다. 정부 관영지인 청년보는 기사를 통해 “시스코는 미국 정부의 인터넷 무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피해는 미국 IT업체 몫
중국은 자국 군인들의 피소 후 곧바로 각급 공공기관에 미국 컨설팅업체와의 계약 또는 제휴관계 파기를 지시했다. IBM과 시스코에 대한 이번 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제프 크로스 IBM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IBM은 중국과 지난 30년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국가개발개혁위(NDRC) 등 중국 관계당국으로부터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가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존 에른하르트 시스코 대변인도 NYT를 통해 “시스코는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불법 해킹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IBM의 주가는 0.62% 빠진 주당 184.78달러로 마감, 지난 3월 1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대중국 매출은 20% 급감했다.
◇미국에 불리한 싸움
중국의 칼끝이 미국계 글로벌 IT업체를 겨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에 하도급업체가 많은 타 산업 부문과 달리 IT 분야는 중국 고객사가 훨씬 많다. 중국이 갑이란 얘기다.
실제로 IBM은 28개 중국 업체와 공급관계에 있는 반면에 고객사는 36개나 된다. 오라클도 중국 하도급업체는 5개뿐이나 고객사는 20개다. 시스코는 중국 고객사가 하도급업체보다 3배 더 많다.
사실상 지난해 스노든 폭로 이후 시작된 중국의 조치로 각 글로벌 IT업체의 대중국 매출은 최근 들어 급감세에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