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63>면접의 기술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63>면접의 기술

가장 힘든 면접이 바로 신입사원 면접이다. 정답으로 완전무장한 로봇과 대화하는 것 같다. 면접과 채용은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이 서로 맞는 상대를 찾는 과정이다.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마음껏 드러내야 서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출신학교와 점수라는 불완전한 기준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 돼버린다.

자신을 드러내면 손해라는 의견도 많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미숙했거나,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거나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지 자신을 드러낸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직의 가치를 믿자. 거짓을 원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진실을 원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정직을 말하고 뒤통수를 맞는 것이 더 안전하다.

초보 면접관은 폐쇄적인 질문을 하는 실수를 자주 한다. 질문 속에 답이 들어 있다. 문제 출제자의 의도가 훤히 보이는 뻔한 질문을 한다. “영업을 잘합니까?” “대인관계가 좋습니까?”라고 질문하면 “예”라는 답 외에 어떤 답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가? 사람을 채용할 때 초보 CEO는 ‘뭘 할 수 있을지’를 묻고 베테랑 CEO는 ‘뭘 했었는지’를 묻는다. 초보 CEO는 잠재성을 찾으려 하고, 베테랑 CEO는 과거의 성과를 평가하려 한다.

과거 십수년 동안 수천명을 면접하고 채용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전문 지식이 없는 분야의 면접에는 반드시 그 분야를 오래 경험한 사람을 꼭 면접자로 초청한다. 면접자로서 내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답인지 심지어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아닌 스타트업 CEO가 개발자를 직원으로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으로서 한 가지 팁을 이야기하자면 피면접자에게 그의 이전 직장의 사업 분야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는 자세를 갖고 질문해 보라. 그에게서 그 분야에 대해 한 수 배우는 자세로 대화하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재무회계분야 직원을 채용할 때 항상 “단식부기가 있는데 왜 굳이 복식부기를 해야 하나?”라고 물어봤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 봤는데 나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결국 내가 창업했던 이니시스의 전문경영인 사장까지 승진했다.

앞선 칼럼에서 ‘남이 내 돈 안 벌어준다’고 했는데, 이제는 ‘내 돈 벌어줄 남을 잘 모으는 것이 경영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