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부산 지스타 행사장에서 한 대학생이 화제가 됐다. 행사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셧다운제’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물어 진땀을 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년 반이 지나 다시 만난 김현우씨(서강대 게임교육원 4학년)는 “그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고 게임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더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셧다운제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게임 업계는 사상 최악의 규제 올가미에 갇혔다.
김 씨는 “게임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는데 현재 사회 분위기는 역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게임으로 사회 활동을 경험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에서 부정적 효과만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게임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했지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윤 추구만 급급했다는 의미 아닐까”라며 “게임을 더 깊게 연구해 부정적이기만 한 외부 편견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을 앞둔 김 씨는 게임 산업으로 뛰어들 준비 중이다. 지난 1년간 5~6개 게임을 개발하며 창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일단 취업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변에서 창업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고 창업한 선후배들도 처음 시작과 달리 비즈니스 모델에 휘둘려서 다른 방향의 게임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아쉬워했다.
또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플래피 버드’ 같은 게임을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과연 당초 기획대로 게임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비즈니스 모델과 대중적 흥행성 때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들이 정작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시장에 창의적 게임이 없다고들 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하는 개발자가 버티기 힘든 환경이 돼 버린 느낌”이라며 “이런 성장통 속에서 나를 포함해 지금 게임시장에 뛰어드는 세대들은 창의성과 사업성의 교집합을 찾아 나가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과 부정적 시선을 견뎌야 하는 어려운 시장이 됐지만 김 씨는 ‘그래도 가능성이 크다’며 희망을 품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게임빌의 사용자 모임 ‘께매’ 활동을 하며 모바일게임 개발자를 꿈꿨는데 당시에는 콘솔·온라인게임에 밀려 대접을 못 받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서 모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됐고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 어떤 기회가 있을지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