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비제이닉스 사장이 사비 20억원을 들여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 시스템 ‘사이드 패드’를 개발해 국내 특허를 받은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사이드 패드 시스템은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로 후방을 비추고 이를 차량 내부에서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당시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은 개발에 나선 상태였다. 사이드 패드가 곧바로 상용화로 이어지면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선도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의 꿈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자동차에 거울로 된 사이드미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전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내 모든 자동차는 ‘후사경’을 설치해야 한다. 후사경(後寫鏡)은 뒤를 비추는 거울, 즉 사이드 미러(룸 미러 포함)를 뜻한다. 문제는 차량의 뒤를 비추는 장치를 ‘거울(鏡)’로 한정함으로써 다른 형태의 사이드 미러 등장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거울로 된 사이드 미러 없이 차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조 사장이 개발한 사이드 패드와 같이 사이드 미러를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카메라를 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공기저항이 줄어드는 데다 사각지대가 사라져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혼다, 테슬라, 현대·기아차, 아우디, 닛산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이 같은 자동차를 모터쇼에 선보인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사이드 미러 없는 차 ‘XL1’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에는 사이드 미러에 반드시 거울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으며, 미국에선 이 같은 조항이 있지만 업계 건의에 따라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적 흐름에도 규제 기관인 국토교통부는 국제 기준을 우선 따라야 한다는 시각이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관련 국제기준이 바뀌면 국내 규제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후사경을 당장 없애면 국민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호 사장은 “사이드 미러로 반드시 거울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연구개발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특허 획득 후에도 판로를 확보할 수 없었다”면서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선제적인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