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개척보다 스타트업 투자가 더 효과적"...사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두각

성공한 벤처·창업가들이 후배 창업가들을 위해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모델이 국내 창업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엑셀러레이터는 창업한 회사를 엑시트(Exit·매각)한 ‘전직’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최근 현직에서 회사를 이끌면서 회사의 조직과 플랫폼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씨엔티테크는 사내 엑셀러레이터 사업부를 조직하고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창업자 및 예비창업자에게 빅데이터 활용 창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씨엔티테크는 사내 엑셀러레이터 사업부를 조직하고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창업자 및 예비창업자에게 빅데이터 활용 창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주문 중개 플랫폼 전문업체 씨엔티테크와 도메인 등록기관 닷네임코리아 등 벤처기업들이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엑셀러레이팅에 적극 나섰다.

씨엔티테크(대표 전화성)는 지난해부터 사내에 엑셀러레이터 사업부를 만들고 ‘전화성의 어드벤처’ ‘노마 어드벤처’ 등 창업 지원 및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내 교육 공간과 기술조직, 플랫폼 등을 활용해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분야의 창업 기업을 지원한다.

사업 현장에서 바로 뛰고 있는 현직 영업사원과 개발자, 마케팅부서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멘토를 겸한다.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서비스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의 특성에 맞게 이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보육해 미래의 사업파트너로 성장시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상청, 특허청 등 정부 기관과 함께 해커톤 방식의 빅데이터 기반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 ‘빅데이톤 2014’도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기술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시엔티테크의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벤처·중소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역량의 절반만 관련분야 스타트업에 쏟아도 국내 창업생태계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조직의 전문성을 살린 엑셀러레이팅과 시장에서의 상생 협력, 인수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한다”고 말했다.

닷네임코리아(대표 강희승)도 내부에 스타트업 육성팀을 조직하고 투자 및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파운더스 캠프’를 운영 중이다. 강남역 부근에는 프로그램 참가 스타트업을 위한 400평 규모의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센터를 설립해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2년 연속 ‘글로벌 엑셀러레이터’로 선정됐으며 중소기업청의 한국형 엑셀러레이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모바일 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이 주 대상이며 특히 닷네임코리아의 플랫폼 사업기반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아이템에 관심이 높다.

강희승 닷네임코리아 대표는 “디자인, 마케팅, 기술개발 등 회사 내 각 사업조직이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가장 훌륭한 자원들”이라며 “기존 사업기반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고 시내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업 모두 플랫폼 사업자로서 기존 조직과 역량을 스타트업 지원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직 기업가가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엑셀러레이터의 운영 취지인 스타트업 지원과 성장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 파트너로 발전할 경우 불공정한 거래 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우선 순위에 있어 자신의 사업을 운영 중인 현직 기업가와 이미 엑시트하고 창업 보육에만 전념하는 전직 기업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엑셀러레이터의 모델이 다양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본연의 취지가 잘 지켜지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