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재전송료를 요구하며 유료방송 업계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는 지상파TV 3사가 월드컵 개막 전부터 각 모바일IPTV(이하 모바일TV)사업자에 송출하는 방송신호를 끊는 ‘블랙아웃(송출중단)’을 단행했다. 모바일TV사업자가 블랙아웃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의 콘텐츠 재전송료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면서 월드컵 중계는 무산됐다. 35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TV 가입자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를 포함한 모든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KT미디어허브,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바일TV에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TV는 지난 13일부터 개막식, 조별 리그 경기 등을 포함한 모든 월드컵 중계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제공하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스포츠 이벤트 중계방송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최근 모바일TV사업자에 월드컵 재전송료를 요구한 지상파가 협상에 난항을 겪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플레이어K, 푹TV 등 지상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정상적으로 월드컵 콘텐츠를 방영했기 때문이다. 일부 IPTV사업자는 “저작권 문제에 따른 지상파 요청으로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은 내달 17일까지 불가하다”는 안내문를 게재했다.
지상파TV 관계자는 “IPTV사업자가 월드컵 콘텐츠를 모바일TV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IPTV 계약과 별도로 추가 계약이 필요하다”며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월드컵 중계방송 신호를 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IPTV 업계는 모바일TV 블랙아웃에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IPTV 3사가 모바일 플랫폼에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받는 대가로 푹TV에 250억원을 웃도는 사용료를 내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 비용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가 모바일TV에 월드컵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IPTV사업자에 요구한 재전송료는 각각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PTV사업자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지상파에 지불한 금액은 6억~7억원 수준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주문형비디오(VoD)와 실시간 서비스를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한 기존 계약을 무시하고 월드컵을 별도 판권으로 제시하며 가격을 부풀렸다”며 “월드컵 중계권에 쏟아 부은 투자금액과 세월호 참사 여파로 발생한 손실액을 유료방송 업계에서 만회하겠다는 지상파의 꼼수”라고 반박했다.
유료방송 업계와 자상파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는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12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에 각각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 제하의 공문을 방송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는 (월드컵 재송신료)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방송 중단 등으로 인한 국민의 시청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방송사업자가 사익 추구에 집중해 방송의 기본적 책무인 공공성을 저버린다면 관계법령에 따른 법적 행정재재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향후 모바일TV 블랙아웃에 관한 조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하는 모바일TV는 방송법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모바일TV는 현재 방송법 체계에 들어있지 않다”며 “방송산업 영역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