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71>CEO의 착각(1) 고객을 안다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71>CEO의 착각(1) 고객을 안다

친한 중견기업 CEO와 만나 회사 이야기를 나누면 그의 에너지와 박식함에 놀라게 된다. 모르는 것이 없다. 기술에서 고객과 시장흐름, 경쟁사의 전략까지 청산유수같이 막힘이 없다. 와! 뭔가 대단한 전략을 실행해 조만간 시장점유율을 뒤집고 엄청난 성장을 이룰 것 같은 획기적인 이야기를 한다. 안타깝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수년간 계속 듣고 있는데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막 창업한 스타트업의 사업 이야기도 비슷하다. 하는 이야기만으로 보면 진짜 대박이 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안타깝게도 자기 회사 실적 이야기보다는 시장과 동향, 트렌드 이야기만 계속 될 뿐이다.

CEO의 착각 1번은 바로 내 사업과 고객에 대해 자신이 뭔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고객과의 대화’ 이벤트나,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한두 번의 예외적인 사례를 가지고 고객을 알았다고 오해한다. 고객의 진짜 속마음은 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여 관심과 관찰, 실험과 직접 대화를 통해서 만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정작 모른다.

CEO가 고객을 직접 만났다 하더라도 고객 간담회 같은 기획되고 잘 준비되고 제한된 환경에서 고급 요리를 공짜로 먹으며 한 이야기와 이벤트 경품을 받고 즐거워하며 한 행동과 반응으로 고객을 알았다고 오해한다. 혹은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찬사를 고객의 찬사로 오해한다.

CEO들의 고객과 시장에 대한 착각은 주로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고객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서 사업무용담을 곁들인 제품과 시장에 대한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를 너무 자주 이야기하는 것에서 생긴다. 그들의 찬사나 끄덕거리면서 하는 긍정은 진짜 긍정이 아니라 잘 모른다는 표시다. 프로축구 선수가 프로경기에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 현란한 기술을 매일 자랑하며 받은 박수소리에 취해 프로무대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사실 고객의 진짜 말과 행동은 우리 컴퓨터 서버에 고스란히 담겨 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굳이 별도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돈을 들여 고객 간담회나 포커스 인터뷰를 통해 얻는 것보다 더 좋은 정보가 쌓여 있다. CEO가 보고 듣기를 기다리며 잠자고 있는데, 정작 CEO는 밖으로만 돌며 고객이 아닌 목소리를 잡음과 함께 듣고 착각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