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ICT연구센터(이하 ITRC)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발전에 필요한 석·박사 인력 양성 및 대학 연구개발(R&D)의 중심역할로 자리 잡았다. 2010년부터는 ICT와 타 산업 간 융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ITRC와 별도로 IT융합센터도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공학과 자동차공학 대학원이 연합하는 형태나 중소기업과 협업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있다.
연구분야별로 살펴보면 ITRC는 현재 디지털TV방송부터 차세대컴퓨팅, 지식정보보안, 반도체, 차세대이동통신, 홈네트워크·정보가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를 주로 연구개발한다. 융합IT센터는 IT를 자동차, 건설, 교통, 기계, 농업, 의료, 조선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정부는 올해부터는 대대적 사업 개편을 거쳐 ITRC·융합IT사업을 이공계열 위주의 IT연구에서 한층 확대된 융합사업 및 다학제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사업 선정 시에도 이·공학 대학원과 인문·사회·예술·디자인 등 타 계열 대학원 간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대한다.
◇ICT 전문인재 요람에서 융합형 리더의 산실로
ITRC·융합IT사업은 지난 10여년간 1만명이 넘는 ICT 석·박사 인력을 배출할 정도로 대학의 대표적 IT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됐다. 사업비가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인건비와 연구개발 환경 구축비 등에 쓰이는 만큼 고급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ITRC사업은 2000년 정보통신부에서 출발해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정부 예산 총 3335억원이 투입됐다. 급변하는 ICT 특성을 고려해 미래 유망 분야 및 산업계 수요를 반영, 국가 발전에 필요한 R&D 로드맵과 연계해 과제를 지원해왔다.
특히 △ICT R&D 로드맵과 연계된 사전과제제안서(RFP) 도출 △개방형 공동연구 △센터 간 경쟁시스템 △산학협력 중심 평가체계는 ITRC·융합IT사업의 대표적 장점으로 손꼽힌다. 센터별 평가결과에 따라 정부지원금을 차등지원하고, 하위 30% 이내에서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전국 44개 대학의 총 101개 센터가 지원을 받았다.
실제로 ITRC사업은 현장형 인재 배출에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지난해 9월 센터 졸업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산업체 추적조사 결과 센터 출신 직원(89점)이 비출신 직원(71점) 대비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현장 업무 적응 기간도 평균 2.9개월 더 짧은 것으로 확인돼 기업이 원하는 IT 인재상과도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양적으로 인재를 배출하던 기존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발전을 위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고, 전 산업분야에 혁신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구형 전문인재는 늘어났지만, 센터를 설립한 2000년 이후로 창업은 17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 받았다.
정부는 대학의 산학협력 기능을 강화하면서 창업능력을 갖춘 ICT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새롭게 세웠다. 중소·중견기업 수요기술 기반의 융합 연구프로젝트를 해당 기업과 대학의 연구 인력이 공동 수행하고, 기업가정신 및 창업교육으로 새로운 융합시장을 이끌어가는 미래 리더를 배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실험실에서 현장으로, 특허 등록 및 기술 사업화 성과 박차
ICT 연구 중심 사업에서 출발했던 ITRC 사업이 본격적인 변화를 거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평가점수 비중에서 논문, 표준화 등 연구 성과 위주에서 기술이전, 특허 등 사업화 성과 배점을 매년 올리면서 대학들도 보다 현장밀착형 연구에 집중했다.
산학협력을 강화한 결과 2003년 연구비 1억원당 평균 1건 수준이었던 특허 등록이 2012년에는 평균 4.6건까지 늘어났고, 연구비 1억원당 기술료 수입은 2003년 30만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960만원까지 대폭 증가했다. 2010~2012년 기간 중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 투자액 대비 기술료 수입 비중이 3~4%인 반면에 ITRC·IT융합센터는 6~8% 수준을 기록했다.
성공사례도 대학 별로 다양하게 나왔다. 연세대학교 IT SoC 설계기술 연구센터는 세계 최고 속도의 무선랜 시스템온칩(WLAN SoC) 개발에 성공해 10건의 기술 이전을 통해 4억2000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얻었다. 이는 기존 무선 랜 시스템의 전송률(54Mbps)에 비해 약 10배의 전송률을 갖는 세계 최고 수준(500Mbps)이었다.
한양대학교 HY-SDR 연구센터의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oftware defined radio, SDR)’ 기반 스마트 안테나 시스템은 국제 표준화 기구인 OMG(Object Management Group)로부터 지난 2009년 4월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후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5월 싱가포르에서 사업화 개발과제 수주를 수주해 계약금 338만달러를 받았다. 이 기술 개발로 한양대는 지난 2011년 총 15억원의 기술이전 실적을 달성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이동단말내장형SW 연구센터는 스마트 디바이스용 대화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삼성전자 등에 기술을 이전해 총 7억5000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2010년에 시작한 IT융합센터에서도 숭실대는 중소기업과 손 잡고 공동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냈다. 숭실대 IT융합센터는 목형제작 자동화 기계를 연구 개발해 상용화 제품을 완성, 5억원의 매출을 내는데 기여했다. 또 반발력 보상스테이지, 이더캣통신(EtherCAT), 서보 드라이버, 분배기(JTEC) 등 기술이전으로 연구에 참여한 기업의 매출이 10억원 증대됐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