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올림피아드경시대회 대구본선에서 운영 미숙으로 시험답안을 다시 채점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IT 분야 국내 최고 권위 컴퓨터 경시대회인 한국정보올림피아드경시대회(Korea Olympiad in Informatics)가 대회 운영과정에서 주최 측의 실수에 학부모들이 이의를 신청해 사상 처음 18명의 점수가 뒤바뀌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 대회는 입상유무가 대학 입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매년 이맘때 실시하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경시대회는 지역예선 및 본선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전국본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올해 31회를 맞은 전국본선대회는 그 동안 IT 인재를 발굴하는 IT분야 최고 권위 대회로 자리 잡았다.
지역예선대회는 전국 12개 시도에서 각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된다. 전국 초·중·고생 5000여명이 참가해 컴퓨터 알고리즘 관련 문제해결 능력을 겨루는 방식이다.
지역본선대회는 시도교육청별로 예선대회를 통과한 120여명의 초·중·고생들이 실력을 겨루고 이 가운데 21명(초중고 각 7명씩)의 학생들만이 전국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고등학생은 지역본선 수상과 전국본선 진출이 향후 대학 관련 학과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지난 5월 24일 열린 대구지역본선대회인 대구시정보올림피아드대회에서 불거졌다. 대회를 주관한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일부 출제문제에 대한 유의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문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전문가 집단을 통해 출제한 뒤 지역본선대회에 내려 보내지만 시험 당일 출제문제에 대한 유의사항 공지는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의 몫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대회와 달리 올해 처음으로 일부 SW알고리즘 시험문제에 배열크기에 대한 제한(메모리 제한)을 적용하고 이를 대구교육연구정보원에 유의사항으로 전달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시험을 진행한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이 같은 내용을 수험생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메모리 제한이 적용되면 답이 달라진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채점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수상자와 전국본선진출자 7명을 선정한 뒤 학생들에게 통지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의 실수가 명백하기 때문에 채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시험과정에서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체적으로 채점을 다시 했다. 재채점도 초유의 일이지만 채점 위탁기관이 아닌 정보원이 자체 채점하기도 처음이다. 논란일 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내부적으로는 선의의 피해를 보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였지만 주최 측의 실수를 인정한 셈이다.
재채점 결과 127명의 응시자 중 18명의 점수가 변동됐다. 고등학생부는 응시자 34명 중 7명의 점수가 변동됐다. 결국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은 최초 채점 결과 전국본선 고등학생부 진출자로 선정된 7명 이외에 재채점을 통해 5명을 더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전국본선 진출 고등학생부 제한인원이 각 시도별로 최대 7명이지만 대구만 12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대구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시험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이의제기가 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자체 재채점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본선진출자가 늘어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대구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채점한 뒤 추가로 선정된 학생을 전국본선에 실제로 내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전국본선에서 타 시도교육청이 늘어난 대구의 본선진출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추가로 선정된 대구본선진출자를 조건부로 전국본선에 참여시켜줄 것에 대해 전국 각 시도교육청에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 각 시도교육청에서 답변을 주기로 했지만 전국본선대회 경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회 주최 및 주관기관의 잘못도 있지만 대회 수상이 대학입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벌여진 과열양상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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