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수출용이 더 좋다?

국내 운영 중인 원전과 해외 수출용 원전의 안전 기준이나 품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수용과 수출용의 원자로 중대사고 안전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는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APR1400 모델과 달리 중대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급속감압계통과 원자로 건물살수, 여과배기계통, 전원·계측에 전용 계통 설계가 부족하다. 피동형 수소제어계통, 노외노심용융물 냉각설비와 항공기 충돌 대비 설계요건에서도 규제 수준이 낮다. 가령 항공기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신고리 3·4호기는 무방비 상태인 반면 UAE 수출형 모델은 벽체를 보강했다. 유럽연합(EU) 수출형은 이중 격납 건물로 건설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전력 차단에 의해 노심이 녹아내리는 참사가 벌어질 때를 대비해 수출형은 추가적으로 노심냉각과 원자로 냉각재 과입방지를 막기 위한 대체 수단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비상 붕산주입계통과 대체 교류발전기 정도만 구비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출용 신형 원전 ‘APR-1000(가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원전은 안전계통을 기존 2중에서 4중으로 늘린 게 특징이다.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상황을 가정해 방사능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내수용 원전과 수출용 원전의 안전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전 의원 측은 꼬집었다. 전 의원은 “자동화된 항공기도 사고가 나듯이 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내수용 원전과 수출용 원전의 안전 설계의 차이가 있는 것은 값싼 원자로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잡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