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혹성탈출 속 진화한 유인원…실제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플루’로 10억명이 넘는 인류가 죽는다. 면역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아 도시에서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인 진화한 유인원들은 인간과 떨어진 숲 속에 자신들만의 삶의 터전을 새로 꾸려 평화롭게 살아간다. 주인공 시저는 유인원의 리더로 성장했고 아들과 가족도 있다.

[사이언스 인 미디어]혹성탈출 속 진화한 유인원…실제로는?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던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이 우연히 마주치면서 평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연료가 바닥난 인간이 발전기를 찾아 숲에 들어왔고 10년 만에 두 집단이 만났다. 평화적인 공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피할 수 없는 전쟁에 이르게 된다.

혹성탈출 시리즈에 나오는 진화한 유인원은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하고 말을 타고 다닌다. 불도 사용할 줄 알고 심지어 총도 쏜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을 가져 영화에서는 인간에게 공포감을 준다.

그렇다면 실제 유인원은 어떨까. 유인원은 사람상과에 속하는 성성이과 동물을 칭한다. 성성이,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이 포함된다. 이름에서 보듯 사람과 매우 가깝다. 뇌와 태반 구조 등이 사람과 같다. 임신기간도 긴팔원숭이 약 210일, 침팬지 약 231일, 성성이 약 275일로 사람의 평균 266일과 비슷하다. 침팬지 월경주기 28일 등 유인원의 월경주기도 사람과 비슷하다. 인간과의 유사성 때문에 인류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유인원 연구가 활발하다.

유인원은 뇌가 크고 지능이 발달해 나뭇가지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침팬지는 아이큐가 70~80 정도로 4~5세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침팬지 사회에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도 있다. 마치 경찰처럼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개입하고, 중재하는 질서 유지 활동을 하는 침팬지들이 있다는 것.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동물원 침팬지들이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 관찰결과 무리 안에 새로운 암컷이 들어오거나 수컷들 간 서열이 바뀌는 때는 집단의 안정이 흔들리는 시기에 경찰 역할을 하는 존재가 개입했다. 서열이 높은 수컷이나 암컷이 경찰 역할을 했다.

그 나름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에드윈 판 레이우엔 네덜란드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은 침팬지가 유행을 따르는 문화와 습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컷 침팬지 1마리가 귀에 긴 풀잎을 넣고 다니자 이 침팬지와 친한 동료들이 마치 인간의 유행처럼 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결국 12마리 침팬지 중 8마리가 습관적으로 행동을 따라했다.

몸짓으로 의사소통도 한다. 어미 고릴라가 새끼에게 민감한 손동작과 표정 등으로 의사소통 방법을 가르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침팬지 역시 몸짓과 손짓으로 먹이 위치나 위험 등을 서로 알려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