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T 소재 업계, 시장 활로 찾지 못해 울상…생산라인 증설도 중단

탄소나노튜브(CNT)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최근 시장 활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CNT는 20년 넘게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 받아왔지만 좀처럼 시장 수요가 늘지 않아 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CNT가 기존 원통형 튜브 모양이 아닌 나선체라는 게 밝혀지면서 물성의 한계도 지적됐다. 신규 시장 창출과 응용 분야별 최적의 특성 구현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CNT 소재 업계, 시장 활로 찾지 못해 울상…생산라인 증설도 중단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케미칼·금호석유화학·나노솔루션 등 CNT 원료 업체들은 수요 침체, 물성 한계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또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생산라인 증설도 보류했다.

이 업체들은 CNT의 원재료인 흑연으로 열 전도율이 높고, 철강보다 100배 이상 강도가 센 CNT를 합성해 낸다. CNT는 육각형 구조의 흑연판(그라파이트)이 나노미터 수준의 직경으로 둥글게 말린 형태다. 말리는 각도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다. 흑연판으로 이뤄진 벽(Wall)의 개수에 따라 싱글월·듀얼월·멀티월 CNT로 나뉜다.

한화케미칼과 나노솔루션은 국내 대표 싱글월 CNT 생산업체다. 싱글월 CNT는 투과도와 전도성이 좋아 터치스크린패널(TSP) 등에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아직 CNT를 활용한 TSP가 상용화되지 않은 데다 초기 우후죽순 생겼던 업체도 모두 사라지면서 현재 상보만이 유일한 수요처로 남았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존 연산 10톤 규모의 CNT 생산라인을 울산 공장으로 확장, 이전해 50톤 규모로 증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만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향후 연산 300톤까지 증설할 예정이었으나 전면 보류한 상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CNT 업체 대부분이 수요 부족으로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양한 응용 제품 개발로 수요 시장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월 CNT를 대량 생산하는 금호석유화학도 충남 아산 전자소재공장 내 CNT 생산 공장을 준공,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연산 50톤 규모다. 멀티월 CNT가 플라스틱 제품과 결합한 응용수지 개발 등에 적극 활용되면서 대규모 생산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시장이 개화되지 않으면서 역시 당분간 신규 투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단계적으로 300톤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업계는 최근 CNT 구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흑연 나선체임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반도체 소재의 특성을 구현할 수 없게 되면서 CNT를 활용한 전자소자 개발 등에도 제동이 걸렸다. CNT 업계 관계자는 “CNT 소재의 특성은 타원형이든 나선형이든 형태와 크게 상관없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고강도 복합체 시장에서 앞으로 활용 범위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